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당분간 환율이 계속 오를거란 전망이다.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세계적인 강달러 현상을 부추기는 가운데 미국의 보편적 관세정책으로 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 경우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하 속도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미국 금리 인하 속도가 늦춰지면 한국은행 역시 추가 금리 인하 시점을 미룰 수밖에 없다. 강달러 기조가 우리나라 경기 침체를 가속할 가능성이 커졌다.

2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증시가 표시되고 있다./뉴스1
2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증시가 표시되고 있다./뉴스1

트럼프 당선인은 미 동부 시간 20일 정오(현지시각)에 공식 취임식을 가진다.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과 함께 ‘보편 관세’ 정책 등 100건에 이르는 행정명령 관련 조치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일단 미 달러에 대한 원화환율은 강보합권에서 움직이고 있다. 

글로벌 주요 투자은행(IB)들은 최근 보고서에서 트럼프 취임 이후에도 미국 달러화가 추가로 5% 이상 강세를 보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견고한 미국 경제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정책 등은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하를 늦출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강달러 기조를 이어가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원화환율이 1500원대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트럼프 정부가 관세장벽 높이기에 속도를 내는 데다 탄핵정국 등 국내 정치 불안이 확대하는 상황에서 환율이 추가적인 상승 압력을 받을 거란 분석이다.  

노무라은행 등 해외 주요 투자은행(IB)들은 이를 근거로 올해 매 분기 원·달러 환율이 상승해 올 3분기 최대 1500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국내 경기 침체 우려도 커지고 있다. 원가 상승에 따른 판매가 상향, 수요시장 위축, 물류비 상승 등이 소비자물가를 밀어 올리게 되고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는 그만큼 늦춰진다. 이미 설비투자 감소와 내수 침체 등에 시달리고 있는 국내 경기가 더 얼어붙을 수 있다.

지난해 10월과 11월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하하며 통화정책 방향을 전환한 한국은행이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물가 여건 등을 봤을 땐 추가 인하도 충분하지만 원화 환율이 크게 상승했고 변동성이 증대돼 우리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밝혔다.

박상현 아이엠(iM) 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2기 첫 행정명령 내용에 따라 트럼피즘 리스크 혹은 트럼프 허니문이 결정될 것”이라며 “이는 미국 국채 금리, 비트코인 가격, 달러‧위안 환율 그리고 유가 등을 통해 확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트럼프 2기 행정명령 내용이 단기적으로 원‧달러 환율 흐름에 중요한 변수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공식 취임을 하루 앞둔 2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 환율은 1450원 후반대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전 거래일 종가 기준 1458.3원 대비 1.7원 오른 1460원으로 출발했다가 오전 내내 소폭 내린 1457원 선에서 거래를 이어갔다. 오후 들어서며 한때 1448.8원까지 떨어졌지만 낙폭을 줄이며 1451.7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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