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금융당국이 일관된 정책이 필수다. 지난해 6~8월 사이 가계대출이 급증한 배경에도 당국간 엇박자가 원인이 됐다.

가계대출 한도를 규제 하면서 다른 한쪽에선 정책금융 한도를 늘려 공급하거나 정책 도입 시기를 조정하는 등을 반복한다면 가계대출 관리는 실패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지난해 6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 하단이 2%대까지 떨어졌다. 7월 도입 예정이었던 2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가 돌연 연기되면서 대출 막차 수요가 몰렸다/뉴스1
지난해 6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 하단이 2%대까지 떨어졌다. 7월 도입 예정이었던 2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가 돌연 연기되면서 대출 막차 수요가 몰렸다/뉴스1

30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오는 7월 김병환 위원장은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도입한다. 스트레스 금리 수준이나 적용 대상은 4~5월 중에 발표한다.

스트레스 DSR은 대출상환 여력을 평가할 때 일정수준의 스트레스 금리를 가산하는 제도다. 시중은행은 지난해 9월부터 스트레스 DSR 2단계 도입 후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을 실행할 때 수도권은 1.2%, 비수도권은 0.75% 추가금리를 적용했다. 3단계가 시작되면 지금보다 더 대출한도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은행업계에서는 7월 도입에 맞춰 전산과 업무 프로세스를 준비 중이다. 특히 도입 전 대출 수요가 몰릴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이에 대한 대응책도 함께 마련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 우려하는 것은 도입 시기 조정이다. 지난해 2단계 스트레스 DSR 도입을 앞두고 금융당국이 돌연 적용 시기를 미뤘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당시 당초 예정이었던 7월 도입을 일주일 앞두고 9월로 늦춰지면서 이 기간 가계대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른바 ‘대출 막차’를 타기 위한 수요가 집중된 것인데, 두 달간 증가한 가계대출액만 14조9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상반기(1월~6월까지) 가계대출 증가 규모가 7조7000억원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두 달 사이 두 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스트레스 DSR 2단계 도입 이후 가계대출은 10월 6조5000억원, 11월 5조원, 12월 2조원 증가 등으로 대출 증가폭이 확연히 줄어들었다. 

당시 가계대출을 폭증은 금융당국의 정책 실패 때문이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정책적인 이유로 도입시기를 조정한 것으로 정책 실패는 아니다”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오는 7월 3단계 도입은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게 당국의 입장이다. 김 위원장은 “3단계 스트레스 DSR은 예정대로 7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며 세부적인 스트레스 금리 수준이나 적용 대상은 4~5월 정도에 확정해서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의 정책대출상품 공급도 대출 규제와 결을 같이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디딤돌‧버팀목 대출 상품 등 한도를 늘리면서 가계부채 증가 원인으로 꼽힌 바 있다. 금융위원회와 국토교통부는 협의를 통해 한도를 조절한다는 방침이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