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금리를 두고 은행간 정책이 엇갈리고 있다. 가산금리를 내리며 대출 금리 인하에 시동을 건 은행이 있는가 하면 오히려 금리를 올리는 은행도 등장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인하하는 등 이미 금리하락 환경은 조성됐지만 은행별로 전략을 달리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은행들이 금리인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을거로 본다. 다만 그 적용 시점이 다를 것이란 관측이다.
29일 은행업계 등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지난 14일부터 가계대출 가산금리를 0.05~0.3%포인트(p) 하향 조정했다. 주택담보대출(금융채 5년물 한정) 중 주택구입자금 대출의 가산금리는 0.1%포인트, 생활안정자금 대출은 0.05%포인트 낮췄다.
SC제일은행은 우대금리를 높여 금리 인하 효과를 냈다. 부동산담보대출 상품의 우대금리를 0.1%포인트 인상해 대출 금리를 낮추는 효과를 냈다.
IBK기업은행 역시 지난 17일부터 주택담보대출 5년‧10년 고정형 상품의 가산금리를 0.3%포인트 인하했다. 전세대출 상품은 지표금리와 관계없이 가산금리를 일괄 0.2%포인트 내렸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7일부터 은행채 5년물 금리를 지표로 삼는 가계대출 상품의 금리를 0.04%포인트 인하했다. 우리은행은 오는 31일부터 주요 가계대출 상품의 가산금리를 최대 0.29%포인트 낮춘다.
반면 케이뱅크는 지난 22일부터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의 가산금리를 0.3%포인트 인상했다. 앞서 15일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0.5%포인트, 21일 마이너스통장 0.3%포인트, 주담대 가산금리도 0.05%포인트 인상했다.
농협은행도 지난 18일부터 가계대출 가산금리를 0.1%포인트 인상했다. 농협은행은 “원가와 리스크 요인을 반영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기준금리 인하와 정부‧금융당국의 금리 인하 압박에 따라 대출 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은행들이 금리를 조정하는 것은 업계 내에서 비교했을 때 금리가 지나치게 낮거나, 상대적으로 높은 경우라는 전언이다.
지난 22일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2025년이 시작됐고 기준금리가 떨어진 부분에 대해서 은행들이 이제는 반영해야 될 시기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지난해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인하했음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의 금리 인하 속도와 폭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측면은 분명히 있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이달 20일 시중은행장(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은행) 간담회를 통해 “서민들의 희망이 되어달라”며 대출 금리 인하를 에둘러 당부한 것과 결을 같이 한다.
은행별로 금리 조정에는 시간 차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민수 한은 경제통계국 금융통계팀장은 “가산금리는 올해 들어 인하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장기 시장 금리가 상승하지 않는다면 가계대출 금리도 완만한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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