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인공지능(AI) 칩 수출 규제가 미국의 전략적 실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AI 반도체 수출 제한이 동맹국의 반발을 불러오고 오히려 중국산 기술 사용을 부추길 것이란 우려에서다.

마이크로소프트 본사 / 마이크로소프트
마이크로소프트 본사 / 마이크로소프트

브래드 스미스 MS 사장은 25일(현지시각) 자사 블로그를 통해 “AI 칩의 과도한 규제는 이스라엘, 인도, 싱가포르 등 주요 동맹국에 타격을 주고, 이들이 중국 제품을 대안으로 선택하게 만들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퇴임 직전 발표한 ‘AI 확산(AI diffusion) 수출 통제안’은 AI 데이터센터용 칩의 수출을 세 단계로 구분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G7 국가와 대만을 제외한 100개 이상 국가가 중간 단계에 포함돼 이들 국가에 대한 칩 수출 물량이 제한될 예정이다.

스미스 사장은 “해당 규제는 미국 AI 리더십을 강화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목표와 상충된다"며 "중국의 AI 산업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 주는 꼴이다”라고 지적했다.

화웨이는 최신 어센드 910C 프로세서를 출시했다. 중국 정부는 자국 기업에 엔비디아 대신 국산 AI 칩을 사용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반면 엔비디아는 미국 정부의 수출 규제를 준수하며 성능이 낮은 AI 칩만 중국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AI 칩을 대량 확보하는 것이 필수인 클라우드 시장에서 MS는 올해만 800억달러(약 107조 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특히 2024년 AI 칩 확보 경쟁에서 200억달러를 투입하며 구글(140억달러)과 아마존(80억달러)을 압도했다.

스미스 사장은 1월 사티아 나델라 CEO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며 신 행정부와 협력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이번 칩 규제 문제에는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AI 칩 수출 제한은 중국 AI 산업을 키우는 선물이 될 것이다”라며 “규제안이 수정되지 않으면 미국의 기술 주도권이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