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가상자산 친화 정책이 조금씩 구체화하면서 가상자산 시장에 온기가 퍼지고 있다. 비트코인(BTC)을 비롯한 주요 가상자산을 전략 준비금으로 비축해 미국을 ‘크립토 강국’으로 만들겠다는 게 트럼프의 의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상자산 프로젝트에도 직접 참여하고 있다. 월드리버티파이낸셜(WLFI)이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국내에도 상장된 탈중앙화 거래 프로토콜인 카우 프로토콜(Cow Protocol)도 WLFI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월드리버티파이낸셜이 이더리움(ETH), 링크(LINK), 온도(ONDO)등 다양한 가상자산을 매입하는 데 이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우토큰은 지난달 월드리버티파이낸셜의 대규모 거래 이후 하루만에 가격이 30% 가량 뛰기도 했다.
 

일반 매매방식 아닌 경매로 매수·매도 연결

9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디파이(Defi) 기반인 카우프로토콜의 거버넌스 토큰 '카우(COW)'가 지난 5일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 상장됐다. 업비트의 경우, 이보다 이른 지난달 28일 카우 거래지원을 시작했다.

탈중앙화 거래소와 중앙화 거래소 이용시 차이 / 업비트투자자보호센터
탈중앙화 거래소와 중앙화 거래소 이용시 차이 / 업비트투자자보호센터

카우프로토콜은 빗썸, 업비트와 같은 중앙화 거래소와 달리,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스마트컨트랙트를 통해 거래가 체결되는 탈중앙화 거래소(DEX, Decentralized Exchange)다. 중앙화 거래소와 달리 사용자들들은 블록체인 지갑만 갖고 있으면 신원인증(KYC)없이 이를 이용할 수 있다. 

중앙화 거래소와 탈중앙화 거래소의 가장 큰 차이점은 거래 상대방이다. 중앙화 거래소 이용자의 거래 상대방은 거래소다. 중앙화 거래소를 이용할 때는 업비트 또는 빗썸과 같은 중개자의 지갑에 자산을 입금하고, 이들이 표시해준 오더북(주문서)상의 가격을 보고 가상자산을 사고 판다. 

하지만 탈중앙화 거래소에서는 매매를 원하는 이용자들이 스마트컨트랙트를 통해 P2P(Peer to Peer)로 직접 거래를 하게 된다. 거래소의 시스템이나 지갑을 거치지 않는 것이다. 유니스왑, 스시스왑과 같은 유명한 탈중앙화 거래소가 이러한 방식으로 운영된다. 그러나 카우프로토콜이 기존 탈중앙화거래소들과 다른 점은 ‘경매’ 방식으로 거래가 체결된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탈중앙화 거래소 작동 방식 / 쟁글
일반적인 탈중앙화 거래소 작동 방식 / 쟁글

일반 투자자의 이용 방식에 있어 탈중앙화 거래소와 중앙화 거래소는 크게 다르지 않다. 예를 들어 업비트의 오더북(주문서)에 비트코인을 개당 1억원에 매수할 수 있다고 표기되면 이를 클릭해 매수한다. 많은 탈중앙화 거래소에서도 이 같은 오더북 방식을 사용하거나, 혹은 자동화마켓메이커(AMM)가 알고리즘을 통해 가격을 결정해 제시해주면 이용자들은 이를 수용한다. 

카우프로토콜은 그러나 오더북이나 자동으로 설정된 가격이 없다. 카우프로토콜의 이름인 ‘카우(COW)’는 ‘상호 욕구 충족(Coincidence of Wants)’의 줄임말이다. 이름과 같이 서로 원하는 거래를 매칭해 주는 것이다. 카우프로토콜에서 이용자들은 오더북에 표시된 가격을 보는 대신 자신이 원하는 거래 조건을 제시하고, ‘솔버(Solver)’라는 참여자들이 매수자와 매도자간 조건을 분석해 최적의 거래를 매칭해준다. 
 

대량 거래에 맞춤… 트럼프家도 애용 

카우프로토콜의 경매 방식 거래는 장단점이 뚜렷하다. 가장 큰 장점은 슬리피지(Slippage)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슬리피지란 매수 매도 간 가격차이로, 유동성이 부족한 탈중앙화 거래소의 가장 큰 단점 중 하나다. 

대규모 가상자산을 거래할 때는 아무래도 슬리피지가 클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월드리버티파이낸셜은 지난 1월 카우프로토콜을 이용해 한 번에 수백억 상당의 이더리움(ETH)을 매수했다.

만일 단순한 탈중앙화 거래소를 이용했을 경우, 이 같은 매매가 이뤄질 때 시장에 이더리움 매도자가 부족하게 되면 여러 가격으로 이더리움을 사야한다. 이 때문에 예상과 다른 매매 가격으로 손실을 볼 수 도 있다.

카우프로토콜의 매칭 방식 / 사진 = 카우
카우프로토콜의 매칭 방식 / 사진 = 카우

카우프로토콜은 경매 방식을 통해 가격 손실을 최소화한다. 가격 중개자인 ‘솔버’는 일정 시간 동안 제출된 주문을 하나로 묶어 서로 조건이 매치되는 상대방을 찾아준다. 예를 들어 월드리버티파이내셜이 1만개의 이더리움을 사고 싶을 때, 이만큼의 이더리움을 팔고싶은 사용자를 매칭해 줄 수도 있으며, 5000개씩 팔고자 하는 사용자 두 명을 찾아 연결해주기도 한다. 

반면 가장 큰 단점은, 이 같이 경매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찾기 위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여러 거래를 하지 않아도 돼 수수료가 적고, 슬리피지도 없지만 다른 거래소들과 달리 즉각적으로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다. 

다만 트럼프 일가와 같이 대량 매매 이용자들에게는 빠른 거래 체결보다 더 좋은 가격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다. 앞서 월드리버티파이낸셜은 지난해 카우프로토콜을 이용해 12월 250만달러, 올해 1월 2000만달러, 이어 지난달에는 2500만달러의 가량의 가상자산을 매수한 바 있다. 

이번에 상장된 카우(COW)토큰은 카우프로토콜 이용자들과 커뮤니티에 분배됐다. 카우토큰 보유자는 카우프로토콜 거래 수수료를 할인받을 수 있으며, 거버넌스 의사결정에도 참여할 수 있다. 카우토큰의 총 공급량은 총 10억개며, 현재 유통량은 약 2억9330만개다. 

원재연 기자
wonjaeyeon@chosunbiz.com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