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화재가 MG손해보험 인수를 포기하면서 매각을 주관하는 예금보험공사의 속내가 복잡하다. 부실금융기관을 다시 한번 떠안게 됐지만, 남은 선택지가 많지 않다. 예금자보호 한도 상향도 앞두고 있어 예보가 짊어질 비용부담도 가중될 것이라는 시각이다.

MG손해보험 매각이 무산됨에 따라 예금보험공사의 비용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 뉴스1
MG손해보험 매각이 무산됨에 따라 예금보험공사의 비용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 뉴스1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3일 메리츠화재가 MG손보와 관련해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반납하면서 예보의 매각 계획이 무산됐다. 이미 예보가 2023년부터 다섯 차례 MG손보 매각을 시도했던 만큼 향후 재매각에 나서더라도 의미 있는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예보에 남은 선택지는 ▲재매각 시도 ▲청산 절차 진행 ▲가교(架橋) 보험사 설립 ▲강제 보험계약 이전 등이다. 

우선 예보는 인수 희망자를 찾는 시장 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과거 MG손보 인수를 희망했던 기업을 대상으로 접촉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거론되는 기업에는 IBK기업은행과 한국투자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등이 있다. 

특히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부터 거론되던 기업은행이 유력 인수자로 다시금 재조명되는 모양새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MG손보 전략적투자자(SI)로 참여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한 바 있다. 그러나 인수 이후 회생에 필요한 추가 자금만 최대 1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판단해 물러섰다. 국책은행이 건전성을 해치면서까지 막대한 자금을 쏟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한투지주와 신한지주도 인수자로 거론된다. 그러나 현재 거론되는 금융사들 모두 MG손보 인수에 선을 긋고 있다. 이미 부실이 심화한 MG손보를 인수하는 것에 리스크가 클 것으로 판단하기 떄문이다.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방안은 MG손보 청산이다. 그러나 이 또한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예금자보호 한도액 상향을 앞두고 MG손보 청산 절차를 단행하는 것이 예보 입장에선 부담일 수밖에 없다.

지난해말 예금자보호 한도를 현행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예보는 올해 예금자보호한도를 1억원으로 상향할 예정이다. 

김영하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 기준 MG손보 보험계약자 수는 124만4155명이다. 이중 5000만원 초과 계약자는 1만1470명으로 이들의 계약규모만 1756억원에 달한다. 예보한도액이 상향될 경우 예보가 부담해야 할 비용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예금자보호 한도액 상향을 앞둔 가운데 예보가 즉시 청산 결정을 내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상향된 한도액인 1억원이 지급될 가능성이 높은데, 예보가 주도한 MG손보 매각 실패가 지급 첫 사례로 남는 것도 부담일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도 사실상 청산은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 노조 관계자는 "2002년도 리젠트화재 청산 당시에도 일부 부실계약을 예보가 가져갔다"며 "예보가 가져간 건 대부분 3년 이하 자동차보험 계약이었음에도 이를 청산하는데에만 20년 가까이 걸렸다"고 말했다. 

당시 리젠트화재의 자산규모는 4000억원에 불과했지만 완전히 마무리 되는 데에만 20년이 걸렸다. MG손보의 경우 자산규모가 4조원에 달하고, 계약의 90%가 장기계약인 만큼 청산절차를 밟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노조측 주장이다.

예보는 과거 리젠트화재 사례와는 상황 자체가 다르다는 입장이다. 예보 관계자는 "리젠트화재의 경우 청산이 아닌 계약이전 이후 나머지 실효계약에 대해서만 예보가 가져간 사례"라며 "현재는 계약이전 절차 없이 모두 청산한다는 개념으로 노조 주장은 전혀 다른 부분"이라고 말했다.

MG손해보험 노조가 17일 예금보험공사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 전대현 기자
MG손해보험 노조가 17일 예금보험공사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 전대현 기자

가교 보험사 설립도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시각이다. 가교 보험사 설립은 예보가 출자를 통해 MG손보를 자회사로 편입시켜 관리하는 방안이다. 예보가 임시적으로 대주주로 활동하며 재매각을 추진하는 개념이다. 

그러나 해당 방안도 결국 공적 자금을 추가로 투입할 수밖에 없다. MG손보 건전성 지표가 크게 하락한 상황에서 예보가 직접 회사를 운영하는 것은 부담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상태에선 청산도 가능하지만, 고용보장을 주장하는 노조와 부딪힐 수밖에 없다. 추가 매각이 성공할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다른 보험사에 계약을 이전하는 방법도 마땅치 않다. 과거와 달리 다른 보험사들도 MG손보의 계약을 이전받는 것을 원하지 않아서다. 자칫 손해율이 높은 상품을 대거 이전받는다면 보험사 손실로 이어진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당국이 보험사에 부담을 떠넘기는 것도 옛날 일이지 요새는 쉽지 않다"며 "리젠트처럼 5개 보험사에 쪼개기 방식 계약을 원하는 보험사들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일 강제 계약 이전이 이뤄진다해도 남은 부실계약은 추가로 예보가 가져가야 하는데, 이를 구분하는 데에도 최소 1~2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해당 방안도 공적자금 투입이 불가피한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전대현 기자
jd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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