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수십억원대의 해킹 피해를 입은 가상자산 위믹스(WEMIX)의 상장 유지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한 번 상장폐지를 했던 종목을 또 다시 내리는 거라 후폭풍이 적지 않을거란 진단에서다. 일각에선 문제를 일으켜 상장폐지했던 종목을 다시 상장한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18일 가상자산 위믹스를 상장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등은 공지사항을 통해 위믹스의 거래유의 종목 지정을 연장한다고 밝혔다.
빗썸은 “유의종목 지정에 관한 사실관계 및 후속조치 등에 대해 프로젝트 측으로부터 소명을 받고 이에 대한 추가적인 검토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보다 면밀한 검토를 위해 거래유의 지정을 연장한다”고 설명했다.
위믹스는 지난 2월 28일 가상자산 교환 서비스 ‘플레이 브릿지’가 해킹당하는 사고로 865만4860개의 위믹스가 탈취됐다고 밝혔다. 사고 당일 시세로 탈취 당한 위믹스 가치는 약 88억원에 달한다. 위메이드는 사고 발생 4일 후에야 해당 사실을 공지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간 협의체인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 닥사)는 이에 위믹스를 투자 유의 종목으로 지정했다. 닥사의 상장지원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원인 미상 해킹이 발생한 경우 거래지원을 중지해야 한다.
이로써 위믹스 투자자들은 두 번째로 상장폐지 위기에 직면했다. 앞서 위믹스는 지난 2022년 위믹스 발행사인 위메이드가 유통량 정보를 공시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 위믹스 거래를 지원하던 닥사 소속 국내 4개 거래소(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가 모두 위믹스를 상장 폐지했다.
그러나 공동 상장폐지 1년후인 지난 2023년, 코인원을 시작으로 코인원, 빗썸, 고팍스 등 업비트를 제외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가 모두 위믹스를 재상장했다. 당시 거래소들은 “유통량 관리와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정보 공개 측면에서 위믹스 팀이 개선을 이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위믹스는 또 다시 상장폐지의 갈림길에 섰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거래가 중지된 후 재상장된 가상자산의 거래지원이 또 다시 중단되는 것은 이례가 없던 일이다.
빗썸을 포함한 4개 거래소는 협의를 통해 일단 유의종목 지정을 한 달여 연장하고, 사태와 관련된 위믹스 측의 소명과 후속조치를 검토한 뒤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시장에서는 두 번이나 같은 가상자산을 상장폐지 하는 것이 거래소의 신뢰도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 2023년 처음 위믹스를 상장한 고팍스를 제외한 빗썸, 코인원, 코빗의 경우 이미 위믹스를 한 차례 퇴출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지난 사건과는 다른 종류의 사태가 발생했지만, 규모가 큰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는 프로젝트를 재상장 한 건 거래소 이용자 신뢰에 크게 영향을 줄 수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닥사 소속 거래소 관계자는 “위믹스의 경우 해킹을 늦게 공지한 것과 관련해 더 상세히 소명을 할 예정이며, 향후 투자자 보상 방안 등에서도 명확하게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검토한 후 유지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소명 검토 후 거래지원 유지 여부는 각 거래소의 판단에 달렸다. 모든 거래소가 거래지원을 유지할 수도, 상장을 폐지할 수도 있다는 것이 거래소와 닥사측 설명이다.
닥사 관계자는 “공동 대응을 통해 유의종목으로 지정하더라도 상장 유지에 대한 검토 역시 각 거래소가 판단하기 때문에 결론은 다르게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재연 기자
wonjaeye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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