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은 ‘디지털 금’이라 불릴 만큼 많은 사람들이 보유하고 있는 대표적인 가상자산이지만 실제 활용도는 높지 않다. 거래 수수료와 기술적 한계로 인해 대부분은 단순히 지갑에 넣어두고 보유하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블록체인 프로젝트 '바빌론(Babylon)'은 비트코인을 직접 스테이킹할 수 있는 구조를 제안, 단순히 보유 자산에 그치는 비트코인을 참여 자산으로 확장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12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바빌론의 거버넌스 토큰 BABY(베이비)가 지난 10일 바이낸스와 바이비트, 국내 거래소에서는 빗썸과 코인원에 상장됐다. 바빌론은 비트코인의 작업증명(PoW) 기반 보안을 유지하면서, 지분증명(PoS) 구조처럼 보유 자산을 네트워크에 맡기고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별도의 래핑(wrapping)이나 브리징 없이 비트코인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비트코인, 더는 ‘잠자는 자산’ 아니다
기존에는 비트코인을 다른 블록체인에서 사용하려면 '래핑(wrapping)' 과정을 거쳐야 했다. 이는 비트코인을 해당 체인에서 쓸 수 있도록 일종의 '포장'을 하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 wBTC는 이더리움 네트워크에서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비트코인의 래핑 버전이다.
이 방식은 비트코인을 별도의 중앙화된 기관에 예치하고, 그 예치 정보를 바탕으로 다른 체인에서 새로운 토큰을 발행하는 구조다. 하지만 이 경우 자산을 온전히 보유하지 못하고, 제3자에 대한 신뢰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보안상 우려가 있었다.
바빌론은 이처럼 비트코인을 다른 체인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변환하는 과정에서 별도의 복잡한 절차 없이, 비트코인을 원래 상태 그대로 사용자가 직접 맡기고 스테이킹할 수 있는 방식을 구현했다. 사용자는 자신의 비트코인을 일정 기간 맡기고, 바빌론 체인을 통해 다른 지분증명 체인에 보안을 제공하는 데 참여한다.
이 과정에서 해당 체인은 비트코인을 기반으로 네트워크의 안정성을 높이고, 사용자는 그에 대한 보상으로 베이비 토큰과 비트코인을 지급받는다. 별도의 기관을 통하지 않고 자산을 직접 통제할 수 있으며, 다양한 생태계에 기여할 수 있는 구조다.
이는 이더리움과 비트코인의 차이를 살펴보면 이해가 쉽다. 이더리움과 그 기반의 다양한 지분증명 블록체인들은 상대적으로 스테이킹 구조가 일찍부터 자리잡아 사용자들이 쉽게 자산을 예치하고 보상을 받아왔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작업증명을 유지해야 하는 구조적 한계 탓에 스테이킹 참여가 불가능했고, 이에 따라 장기 보유 외의 활용 방안이 제한적이었다. 바빌론 방식이 주목받는 이유는, 비트코인의 보안성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지분증명 방식의 보상 구조를 결합했다는 점 때문이다.
바빌론은 비트코인 특유의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외부 지분증명 체인에 보안을 공급, 그에 따른 보상을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하이브리드 구조를 구현했다. 이는 비트코인의 활용성을 극대화하면서도 보안성과 분산성을 해치지 않는 방식으로 평가된다.
바빌론의 스테이킹은 해제까지의 대기 시간이 짧은 점 역시 장점으로 꼽힌다. 일반적인 지분증명 체인에서는 스테이킹 해제까지 3주 이상 걸리는 경우가 많지만, 바빌론에서는 약 5시간 내에 해제가 가능하다.
블록의 '확정 도장' 파이널리티 프로바이더
바빌론의 구조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는 존재는 '파이널리티 프로바이더(Finality Provider)'다. 이들은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블록이 최종적으로 확정됐다는 사실을 검증하고, 해당 내용이 변경되지 않도록 안정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쉽게 말해, 블록에 '확정 도장'을 찍는 역할이다. 이들을 통해 바빌론과 연결된 지분증명 체인들도 더 높은 보안 수준을 확보할 수 있다.
바빌론은 비트코인 생태계를 기반으로 다양한 확장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 디파이(DeFi) 프로젝트 제스트 프로토콜은 바빌론 기반의 BTC 스테이킹 서비스인 BTCz를 통해 사용자들이 스택스 블록체인 위에서 직접 스테이킹하고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외에도 알트레이어(AltLayer) 프로젝트는 바빌론을 기반으로 롤업 검증 보안 구조를 강화하고 있다.
현재 바빌론 코인의 총 공급량은 100억개이며, 이 중 약 22억 9000만개가 유통되고 있다. 전체 물량 가운데 56.67%는 생태계 참여자에게 분배됐고, 나머지는 팀, 투자자, 커뮤니티 등에 배분된 것으로 알려졌다.
원재연 기자
wonjaeye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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