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가상자산 거래소인 바이낸스가 미국 시장 재진입을 추진 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일가와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면서다.  업계는 바이낸스의 이번 움직임이 미국 내 점유율 회복과 자오창펑 전 최고경영자(CEO)의 사면을 염두에 둔 다목적 행보로 보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자오창펑 전 바이낸스 CEO 합성 이미지/챗GPT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자오창펑 전 바이낸스 CEO 합성 이미지/챗GPT 

14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등 외신에 따르면, 바이낸스의 리처드 텡 CEO와 엘리너 휴즈 최고법률책임자(CLO)는 지난달 워싱턴 D.C.에서 미국 재무부 관계자들과 만나 외부 감시 조치의 해제 또는 범위 축소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지난 2023년 미국 법무부와의 합의에 따라 부과된 감시 조치로, 바이낸스는 당시 모든 미국 고객 퇴출, 의심 거래 보고, 독립 감시기관과의 협력 등 광범위한 조치를 수용한 바 있다.

같은 시기 바이낸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두 아들이 운영하는 가상자산 플랫폼 ‘월드리버티파이낸셜(WLF)’과의 협력도 논의했다. WLF가 발행을 추진 중인 달러 연동형 스테이블코인을 바이낸스에 상장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으며, 바이낸스 미국 법인에 대한 지분 투자 문제도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낸스는 지난 2023년 자오창펑 전 CEO가 자금세탁방지법 위반 혐의로 미 법무부에 기소돼 43억달러 벌금과 함께 징역 4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미국 내 입지가 급격히 위축됐다. 미국 시장 점유율은 27%에서 1%로 하락했고, 이후 리처드 텡 CEO 체제 하에서 미국 재진입 전략이 본격화됐다.

바이낸스와 트럼프 일가의 관계는 지난해 12월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열린 ‘비트코인 메나 2024’ 행사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시 VIP 라운지에서 자오 전 CEO는 트럼프 대통령의 차남인 에릭 트럼프, 미국 중동특사 스티브 위트코프 등과 교류했다. 당시 자오 전 CEO는 이 자리에서 “미국은 가상자산 산업에 너무 가혹하다”는 발언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 이후 디지털 자산을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며 산업 규제 완화를 주도하고 있다. 트럼트는 과거 가상자산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지만, 2024년 대선 과정에서 입장을 선회해 밈코인 판매, NFT 발행 등 직접적으로 시장 참여 행보를 보여왔다. 정치 자금 모금과 지지층 결집 수단으로 트럼프 밈코인과 WLF토큰 등을 판매해 왔으며, 이를 통해 거둔 수익은 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바이낸스와 WLF 간의 협력이 실제로 성사될 경우, 바이낸스가 미국 시장 내 교두보를 다시 확보하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바이낸스의 하루 평균 거래량은 약 737억달러(약 97조 2000억원)로,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같은 기준으로 미국 최대 거래소인 코인베이스는 약 154억달러(약 20조 3000억원)의 거래량을 기록하고 있다.

한편, 현재 미국 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별도 법인 바이낸스.US는 올 초부터 달러 입출금 등 법정화폐 서비스를 재개할 계획을 밝혔다. 이는 2023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민사 소송으로 중단됐던 기능이다. 현재 바이낸스.US는 미국 내 규제 준수를 위해 별도로 설립된 독립 법인을 통해 운영되고 있다.

다만 이는 미국 거주자를 대상으로 운영되는 거래소가 기존에 제공하던 달러 입출금 등의 기능만을 다시 제공하는 것으로, 제한적 수준의 서비스 복원에 해당한다. 바이낸스는 글로벌 본사가 미국 시장에서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본사 명의로 미국인을 대상으로 영업을 재개하는 ‘공식 재진입’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리처드 텡 바이낸스 CEO는 최근 인터뷰에서 미국 복귀에 대한 논의는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원재연 기자
wonjaeye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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