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親) 가상자산 리더라던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시장 분위기가 오히려 냉랭하다. 비트코인 가격은 고점대비 30% 가까이 빠졌고, 그사이 거래량도 거의 반토막 나다시피 했다. 투자자들은 물론, 거래소들도 멀미 나는 상황에 어쩔 줄 모르는 모습이다.
10일 가상자산 정보제공 플랫폼 코인게코에 따르면 국내 1위 거래소인 업비트의 4월 일평균 거래대금은 약 4조7000억원으로, 1월의 일평균 대금 8조원 대비 41% 감소했다. 같은 기간 빗썸 역시 3조1000억원에서 2조2000억원 수준으로 약 29% 줄었다.
1월까지만 해도 비트코인이 트럼프 취임 훈풍을 타고 10만 9000달러선을 넘으며 상승세를 이어가던 시기. 하지만 2월 들어 본격적인 조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특히 4월이 되면서 미국의 상호관세 방침에 글로벌 자산시장이 급락을 면치 못하면서 비트코인도 지난 7일 기준 하루 만에 9%씩 급락해 7만4000달러대까지 후퇴했다.
같은 기간 국내 거래소 유동성도 함께 감소했다. 지난 1월과 2월 업비트의 일일 거래대금은 10조원을 넘나들었으나, 3월에는 5조 8000억원, 4월 초에는 4조 7000억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빗썸 역시 3월 이후 줄곧 2조원 안팎을 기록하며 지난해 불장과는 대조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가격 급락 시기, 변동성을 틈타 일시적인 거래량 급증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지난 7일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언 직후 비트코인 가격이 9% 급락했을 당시, 국내 주요 거래소의 거래량이 한 달 새 최대치를 기록했다.
코인게코에 따르면 이날 업비트 거래량은 약 8조 802억원, 빗썸은 약 2조 5000억원, 코인원은 3222억원 수준이었다. 공포에 따른 매도세와 저가 매수세가 동시에 몰리며 거래가 급증한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반짝 효과였을 뿐, 이후 다시 소강국면에 진입했다.
거래량 급감은 중소 거래소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모양새다. 3위 거래소인 코인원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1월 약 1조 4436억원에서 4월 1조2835억원으로 약 11.1% 줄면서 그나마 선방했지만, 4위인 코빗은 4357억원에서 2613억원으로 40%나 줄었다. 5위 거래소 고팍스는 3395억원에서 915억원으로 약 73% 줄어 가장 큰 감소폭을 보였다.
이에 거래소 간 점유율 격차도 확대되는 양상이다. 업비트와 빗썸이 전체 거래대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가운데, 업비트의 점유율이 다시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업비트는 지난 2월 한때 점유율이 60%대로 낮아졌지만, 3월 이후 70% 이상 수준을 회복하며 쏠림 현상이 심화됐다. 반면 빗썸은 지난해 최대 35%에 달하던 점유율이 점차 하락해 5월 기준 24.3% 수준으로 줄었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최근처럼 시장이 하락세에 접어들고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기에는, 체결 속도와 유동성에서 경쟁력이 있는 대형 거래소로 거래가 쏠릴 수밖에 없다”며 “중소 거래소는 거래량 확보뿐 아니라 구조적 경쟁력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원재연 기자
wonjaeye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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