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정부가 미디어 콘텐츠 산업을 반도체처럼 육성하겠다고 발표한 지 13개월 만에 그 전략의 실체가 K-FAST 얼라이언스를 통해 가시화됐다.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글로벌 OTT에 밀렸던 미디어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국내 콘텐츠 기업과 TV 제조사가 광고형 스트리밍 서비스 FAST로 힘을 모으기로 했다.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아래 왼쪽부터 7번째)을 비롯한 K-FAST 얼라이언스 출범식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변인호 기자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아래 왼쪽부터 7번째)을 비롯한 K-FAST 얼라이언스 출범식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변인호 기자

2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이날 출범한 K-FAST 얼라이언스는 방송사, 콘텐츠 기업, 가전업체, 통신사, 정부기관으로 구성된 민관 협의체다. 한국형 FAST 플랫폼의 글로벌 확산을 목표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TV 제조사, KBS·MBC·SBS 등 지상파 방송사, CJ ENM, SK브로드밴드, KT, LG유플러스, 다이렉트미디어랩, NEW ID 등이 참여했다.

K-FAST 얼라이언스는 지난해 3월 대통령 직속 미디어콘텐츠융합발전위원회(융발위)가 미디어·콘텐츠 산업을 반도체처럼 육성하겠다며 발표한 글로벌 진출 전략의 연장선으로 분석된다. 당시 정부는 미디어 생태계 재편 및 K콘텐츠 글로벌 진출 지원을 위해 FAST를 적극 활용하겠다고 밝혔지만 1년이 지나도록 별다른 소식이 없었다. 그러다 13개월 만에 K-FAST 얼라이언스가 출범한 것이다.

당시 미디어콘텐츠융합발전위원회가 FAST로 K콘텐츠 글로벌 진출을 활성화하겠다고 생각한 배경으로는 FAST의 특성, 글로벌 1, 2위를 다투는 삼성전자와 LG전자,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K콘텐츠 경쟁력 등 여러 가지가 꼽힌다.

우선 FAST는 사용자가 별도 요금을 내지 않고 콘텐츠를 시청하는 대신 플랫폼은 광고를 붙여 수익을 얻는다. 이는 기존 방송 광고 수익 모델과 비슷하지만 TV 제조사가 광고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콘텐츠 기업 입장에서 FAST는 OTT보다 진입 장벽이 낮고 수익을 내기 용이한 플랫폼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TV 플랫폼 수는 전 세계 6억대쯤이다. K콘텐츠는 미국 콘텐츠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자주 보는 콘텐츠로 집계된다.

현재 K콘텐츠의 주요 글로벌 수출 창구는 글로벌 구독자 3억명쯤을 보유한 넷플릭스다. FAST는 단순 계산으로도 넷플릭스보다 2배 많은 이들에게 콘텐츠를 공급할 수 있다.

FAST는 OTT처럼 구독료를 내야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TV만 있다면 시청자의 접근이 OTT보다 쉽다. 또 중소형 콘텐츠나 재방송 콘텐츠로도 글로벌에서 광고 수익을 내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TV 제조사에게 FAST는 단순 가전 판매를 넘어 플랫폼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할 기회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FAST를 보는 이가 많아질수록 삼성TV 플러스, LG채널로 얻을 수 있는 광고 수익이 증가한다. 또 FAST로 공급되는 콘텐츠가 인기를 끈다면 TV 판매 증가도 노릴 수 있다.

정부 역시 K-FAST를 통해 국가 콘텐츠 수출 전략과 방송 산업 혁신을 동시에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FAST 플랫폼을 AI 기술과 결합해 현지화 더빙, 맞춤형 채널 편성 등으로 발전시켜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콘텐츠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강동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OTT활성화지원팀장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창출을 위한 서비스 실증 등 K-FAST 글로벌 확산을 위한 지원 사업 신설을 추진 중이다”라며 “K콘텐츠 미디어 전략 펀드, AI 펀드 등 기존 미디어와 AI 특화 사업을 활용해서 테스트 기업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제 FAST 콘퍼런스 개최, 유공자 포상 등을 통해 글로벌 네트워킹을 강화하고 사업자를 격려하는 기회를 마련해 K-FAST 글로벌 생태계를 조성하고 국내 미디어 업계에 활력을 제고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