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정책을 앞세워 미국 제조업 부흥을 시도하고 있다. 이에 여러 미국 기업이 수천억달러(한화 수백조원) 규모의 자국 투자를 약속했다. 백악관이 이를 ‘트럼프 효과(The Trump Effect)’라는 이름의 웹페이지를 개설해 홍보에 나섰다. 하지만 이런 약속 대부분은 실제론 기존 투자 계획을 재포장한 정도에 그쳤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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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백악관이 선정한 투자 규모 1위로 IT업계가 선정됐다. 하지만 IT기업의 투자계획 세부 내용을 보면 대통령 선거 이전부터 이미 계획된 지출이 대부분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워싱턴포스트는 또 미 IT업계의 투자 계획은 실질적인 신규 투자가 아니라 일상적인 사업 운영 비용이 대부분이라고 봤다.

실제 애플은 올해 2월 트럼프 대통령 임기 중 미국에 5000억달러(약 70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 5000억달러의 대부분은 운영비를 포함한 비용으로 소비자용 제품 생산라인 미국 이전 같은 계획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외신은 애플의 이번 투자 계획이 트럼프 정부 1기 당시와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오픈AI, 소프트뱅크, 오라클이 주축이 되어 진행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도 비슷하다.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는 5000억달러를 들여 미국 각지에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다. 하지만 어느 곳에 데이터센터를 건립할지 부지가 확정된 것도 아니고 구체적인 투자 시점이 정해진 것도 아니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워싱턴포스트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이들은 1000억달러(약 140조원)를 즉시 집행하겠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주 정부들과 협상하고 있다”며 “오라클은 보유한 현금이 170억달러(약 24조원)뿐이며 최근 400억달러(약 56조원) 투자를 유치한 오픈AI도 나머지 재원의 출처가 불투명하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IBM이 발표한 1500억달러(약 210조원) 규모 투자 계획도 기존 계획과 맥락이 비슷하다고 비판했다. IBM은 앞서 2016년에도 10억달러(약 1조원)를 들여 미국 내 신규 인력 2만5000명을 교육하겠다고 발표했다. 어차피 투자할 돈이라도 트럼프 대통령 취임에 맞춰 포장하면 규제 완화 및 세제 혜택 같은 보너스를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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