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카카오가 2025년 1분기 실적에서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네이버는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의 매출과 영업이익 성장을 기록한 반면, 카카오는 광고와 커머스를 제외한 대부분의 부문에서 부진을 겪으며 실적이 감소했다.

네이버(위쪽), 카카오(아래쪽). /뉴스1
네이버(위쪽), 카카오(아래쪽). /뉴스1

9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전 사업 부문에서 고른 성장세를 보인 반면, 카카오는 콘텐츠·포털 등 핵심 사업의 역성장이 발목을 잡았다.

네이버, 광고·커머스·AI 고른 성장

네이버는 1분기 매출 2조7868억원, 영업이익 5053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0.3%, 15% 증가했다. 서치플랫폼(+11.9%), 커머스(+12.0%), 핀테크(+11.0%), 콘텐츠(+2.9%), 엔터프라이즈(+14.7%) 등 전 사업 부문이 고르게 성장한 덕분이다.

특히 커머스 부문에서는 올해 3월 별도 앱으로 분리한 AI 쇼핑 앱 ‘네이버플러스 스토어’가 AI 기반 추천 기능과 개인화 서비스를 강화하면서 실적에 기여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9일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를 시작으로 온서비스 AI 전략 확대 적용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온서비스 AI 전략은 네이버의 서비스 전반에 AI를 접목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까지 네이버의 AI 서비스 실험은 성공적인 모양새다. 아직 검색 결과 1% 정도에만 적용된 ‘AI 브리핑’은 체류시간과 클릭률(CTR)을 개선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 대표는 또 자사 숏폼 콘텐츠 서비스 ‘클립’과 지도 기반 지역 정보 서비스 ‘플레이스’, 스마트스토어 판매자와 크리에이터를 연결하는 ‘쇼핑 커넥트’ 등을 서로 연계하고 AI를 접목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최수연 대표는 “네이버만의 콘텐츠를 차곡차곡 쌓아 향후 차별화된 AI 검색·커머스 경험 강화에 활용할 것이다”라며 “이는 네이버만의 AI 에이전트를 만들 수 있는 저력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카카오, 비수기에 불황 겹친 콘텐츠 부진이 실적 발목

카카오는 1분기 매출 1조8637억원, 영업이익 1054억원으로 각각 6%, 12% 감소했다.

그나마 카카오는 광고와 커머스 면에서 선방했다. 광고 및 거래형 매출을 의미하는 톡비즈 부문은 전년 동기 대비 7% 성장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8일 진행된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카카오톡을 슈퍼앱으로 변화시키겠다고 밝혔다. 견고한 카카오톡의 영향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1분기 실적에서도 카카오톡 관련 부문과 다른 사업 부문의 성과가 갈렸다.

실제 카카오가 1분기 이 같은 성적을 받은 이유는 콘텐츠 부문과 포털비즈의 부진 때문이다. 카카오 1분기 매출에서 콘텐츠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47%다. 카카오 1분기 콘텐츠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 감소한 8710억원을 기록했다. 포털비즈 매출은 같은 기간 12% 감소한 740억원을 기록했다.

콘텐츠 부문은 게임(-40%), 미디어(-21%), 뮤직(-6%), 스토리(-6%) 등 전반적으로 전부 부진했다. 카카오는 1분기 카카오톡 기반 매출은 유지했지만 다른 부문의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은 셈이다. 게임을 담당하는 카카오게임즈는 올해 상반기 신작이 없다. 스토리 부문의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1분기부터 매출이 우하향하고 있다.

정신아 대표는 “하반기 카카오톡 세 번째 탭에 숏폼을 피드형 서비스로 제공하는 ‘발견’ 영역을 만들고 일상 콘텐츠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카카오톡 이용자의 체류 시간을 20% 늘리는 것이 목표다”라고 말했다.

2분기부터 AI로 정면승부

양사는 2분기부터 본격적인 AI 서비스 경쟁에 돌입할 전망이다. 네이버는 4월 23일 경량형 AI 모델을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카카오 역시 5월 1일 공식 블로그를 통해 통합 AI 언어모델을 소개했다.

양사의 AI 서비스도 구체화되고 있다. 네이버는 첫 번째 온서비스 AI 서비스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를 시작으로 B2B AI 사업 수익화를 추진한다. 최수연 대표는 2분기부터 서비스형 GPU(GPU as a Service)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 대표는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은행 등과 체결한 AI 관련 계약도 2분기부터 수익을 낼 것으로 봤다.

최수연 대표는 “광고 카피 생성, 여행 안내 등 다양한 서비스에 적용해 국내 AI 생태계 조성을 지원하겠다”며 “이런 생태계 확장 지원은 장기적으로 네이버 전체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카카오도 5월 8일부터 AI 에이전트 서비스 ‘카나나’ 비공개 시범 테스트(CBT)를 시작했다. 카나나는 카카오톡과 별개 앱으로 출시된다. 카나나는 ‘카나’와 ‘나나’로 구성된다. 카나는 그룹 대화방용 에이전트다. 나나는 1대 1 대화 및 기존 대화 기록을 기반으로 일정 관리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

정신아 대표는 “카나나 CBT 버전은 기능이나 디자인이 완성된 건 아니지만 서비스 안정성을 점검하고 이용자가 어떤 명령어(프롬프트)를 많이 사용하는지 확인하기 위한 실험이다”라며 “올해 카카오는 국내에서 가장 대중화된 이용자향 AI 서비스를 출시해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를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