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패러다임이 닫힌 디지털 세계에서 열린 실제 세계로 격변하고 있습니다. 사물인터넷(IoT) 환경에서 AI는 모든 산업에 스며드는 기술로 진화하고 있으며, 피지컬 AI는 아직 초기 단계입니다. 우리나라도 충분히 잘할 수 있고, 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장병탁 서울대 AI연구원장은 14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IT조선 주최 ‘AI&CLOUD 2025’ 콘퍼런스에서 ‘피지컬 AI가 몰고 올 로봇 시대, 한국의 비전’을 주제로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장 원장은 “지난 10년간 정부 차원의 AI 투자가 지속됐지만, 투자 대비 수익 창출 여부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며 “이제는 세계가 거대언어모델(LLM)을 중심으로 한 ‘규모의 경쟁’에 진입한 상태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AI는 1950년대 ‘사람처럼 생각하는 기계’를 만들자는 목표에서 출발했고, 최근 챗GPT가 튜링 테스트를 통과하면서 실제로 ‘지각-사고-행동’의 3요소를 구현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 원장은 “AI가 인간처럼 행동하려면 지각·사고·행동 세 요소가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하며, 이 세 가지를 하나로 통합한 ‘완전한 에이전트’가 AI 연구자들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강조했다. 현 단계에서 완전한 토털 튜링 테스트를 통과한 AI는 없지만, AI는 점차 지각하고 행동하는 '판단형 AI' 형태로 상용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알파고와 같은 감독학습 기반의 AI가 있다. 이들은 강아지·고양이 이미지 분류나 X-ray 사진 분석 등 정답이 정해진 문제를 잘 풀어내는 데 강점을 가진다.
이와 달리 피지컬 AI는 생성형 AI 기반 언어·시각 모델에 센서와 액추에이터를 결합해, 실제 물리적 환경에서도 복잡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된다. 디지털 환경을 넘어 실세계와 상호작용하며 체득(embodiment)을 통해 학습한다는 점에서 진화된 형태다. 대표적인 예로는 테슬라와 구글, 서울대 등이 개발 중인 휴머노이드 로봇이 있다.
장병탁 원장은 피지컬 AI 구현에 필수적인 기술로 ▲감각 인식 ▲행동 제어 ▲인지 능력 ▲자율성 ▲통합지능을 꼽았다.
그는 “서울대는 2023년 자체 개발한 AI 로봇 ‘피카(PICA)’를 공개했으며, 최근에는 휴머노이드 스타트업 투모로로보틱스와 함께 자연어 기반 학습형 로봇 모델 ‘CLIP-RT’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모델은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RFM)로 다양한 데이터 학습을 통해 다중 행동 작업을 수행하며, 다음 달 미국 LA에서 기술 시연이 예정돼 있다.
장 원장은 “한국은 피지컬 AI 분야에서도 경쟁력이 있다”며 그 배경으로 ▲제조업 강국 ▲로봇 부품 기술 보유 ▲AI 기술·인력 ▲AI 반도체 역량 ▲스마트팩토리 및 디지털 트윈 경험 ▲노동인구 감소 대응 역량 등을 꼽았다.
AI의 진화 방향에 대해 장 원장은 “앞으로 AI는 똑똑한 신입사원, 집안일을 도와주는 가정부 같은 역할을 수행하는 쪽으로 진화할 것”이라며 “AI가 새로운 직업군도 창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론트엔지니어, 튜터링 엔지니어 등 AI와 협업하거나 AI를 가르치는 형태의 직업이 등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장병탁 원장은 끝으로 “AI 기술이 닫힌 세계에서 열린 세계로 확장되며 전 산업으로 스며들고 있다”며 “노동력 부족, 윤리적 쟁점 같은 사회 문제에 대비해 정책·교육 측면에서도 장기적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선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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