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외화 단기자금 운용 상품 경쟁에 나서고 있다.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서 짧은 만기로 안정적 수익을 추구하는 ‘초단기 외환 투자’ 수요가 늘어난 데 따른 대응이다. 외화 환매조건부채권(RP) 특판과 외화 발행어음 중심으로 출시되며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는 모양새다.
2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내달 2일부터 토스뱅크 모바일 앱을 통해 연 5.5%(세전 기준, 31일물) 금리의 외화RP 상품을 출시한다. 판매 전까지 토스뱅크 앱에서 사전 신청을 하면 5.5% 금리를 적용하고 사전 신청에 참여하지 않은 고객에겐 연 5.0%의 금리를 부여한다.
외화RP는 일정 기간 후 약정된 이자와 원금을 함께 돌려주는 단기 금융상품으로 계좌에 보유한 달러를 단기로 안정적으로 운용하고자 하는 수요에 적합하다. 한국투자증권 외화RP의 경우 투자에 필요한 달러를 90% 우대 환율로 자동 환전해 준다. 최소 가입금액은 100달러다.
한국투자증권은 3월 카카오뱅크와 제휴해 카카오뱅크 내에서 간편하게 RP을 투자할 수 있는 ‘RP거래 서비스’를 출시하기도 했다. 박재현 한국투자증권 개인고객그룹장은 “특판 외화RP는 안정적인 단기 수익을 추구하는 고객들에게 유용한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LS증권도 올해 초 수시형·약정형 2가지 유형의 외화RP 상품을 출시한 바 있다. 수시형은 최소 1일부터 최대 30일까지 수시 입·출금이 가능하고 연 4.00%의 확정금리가 적용된다. 약정형은 최소 7일부터 최대 365일까지 만기를 정해 투자할 수 있으며 연 4.05~4.15%의 금리가 제공된다.
미래에셋증권은 달러, 유로, 엔, 위안 등 4대 주요 통화에 대한 RP 상품을 모두 갖추고 있고 외화 예탁금으로 자동 RP 매매가 가능한 ‘자동매수형 RP’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NH투자증권은 최근 외화RP 31~60일 금리를 4.1%에서 4.2%로 0.1%포인트 올리며 자금을 유치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해 4월 2030 세대를 겨냥해 ‘청년동행 해외주식 특판 외화RP’를 선보인 바 있다. 해외주식 거래 실적에 따라 세전 최대 연 8%의 수익률을 제공하는 구조였다. DB증권도 작년 8월 ‘잠자는 달러 깨우세요’ 캠페인을 통해 외화RP 가입자에게 연 4.9% 기본이자와 엔비디아 소수점 주식을 리워드로 지급하는 형태의 복합 상품을 내놓으며 주목을 끌었다.
외화 단기자금이 RP로 끝이 아니다. 발행어음도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3월 토스뱅크와 손잡고 ‘퍼스트 외화 발행어음 적립식’을 출시했다. 매월 10만~1000만원을 자동이체 방식으로 적립하고 1년 기준 세전 연 4.55%의 수익률을 제공한다.
NH투자증권도 유사한 구조의 외화 적립어음을 운영 중이고 연 4.10% 수준의 금리를 제공한다. KB증권, 미래에셋증권도 각각 수시형·약정형 외화 어음을 통해 단기 외화 투자 수단을 꾸준히 확장하고 있다.
증권사들이 외화 단기 상품에 힘을 쏟는 것은 환테크와 달러 자산 다변화에 대한 수요와 맞물린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하 지연과 달러 강세 국면이 장기화하면서 단기 달러 운용 수단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커진 영향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외화RP나 발행어음은 단기 운용에 적합한 고금리 상품으로 환전 수수료 우대와 간편한 모바일 가입 절차 등 편의성이 더해지며 반응이 뜨겁다”며 “다만 이들 상품은 예금자보호대상이 아니고 환율 변동에 따른 손익 발생 가능성이 있는 만큼 투자 전 충분히 이해하고 발행어음은 신용위험에 노출되므로 신용등급·재무건전성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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