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5월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1.3% 감소했다. 4개월 만의 감소세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 여파로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한국의 양대 수출 시장인 미국과 중국에서 감소 폭이 늘었다.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에서 수출품을 담은 컨테이너 선적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 뉴스1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에서 수출품을 담은 컨테이너 선적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 뉴스1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5월 수출액은 672억7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3% 줄었다. 월간 수출 실적이 전년 대비 감소세를 보인 건 올해 1월 이후 4개월 만이다.

5월 수출은 15대 주력 수출 품목 중 반도체를 비롯한 5개 품목 수출이 증가했다.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 수출액은 138억달러로 전년 대비 21.2% 증가하며 역대 5월 중 최대 실적을 냈다. 발도체 수출액은 올해 2월 3% 감소세를 보였지만 3월부터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고부가 제품의 견조한 수요와 고정가격 상승세에 힘입어 3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무선통신기기 수출액은 3.9% 늘어난 13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4개월 연속 증가세다. 특히 5월 스마트폰 수출액이 30% 증가했다.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를 비롯한 컴퓨터 품목 수출은 2.3% 증가한 11억달러를 기록했다.

바이오헬스 수출액 역시 4.5% 증가한 14억달러를 기록했다. 선박 수출의 경우 22억달러를 기록해 4.3% 증가했다.

반면 트럼프 미 행정부 정책 여파로 자동차, 석유화학 등 품목 수출은 감소했다.

자동차 수출은 4.4% 감소한 62억달러를 기록했다. 유럽연합(EU)으로 수출된 전기차가 늘었지만 트럼프 관세, 현대자동차그룹의 미 조지아 신공장 가동 확대 등으로 미국 수출이 30% 이상 급감했다.

석유제품과 석유화학 수출액은 비슷한 감소세를 보였다. 석유제품은 20.9% 감소한 36억달러를, 석유화학이 20.8% 줄어든 32억달러를 기록했다. 석유화학 등 수출액의 감소세 역시 트럼프 미 행정부 출범 이후 저유가 기조에 따라 품목 가격이 급락하는 등 트럼프발 정책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주요 국가별 수출액은 대미 수출이 100억달러로 8.1% 감소했으며 대중 수출 역시 104억달러를 기록해 8.4% 줄었다.

대미 수출액은 무선통신기기 등 수출 호조에도 자동차 수출 급감이 전반적 감소세로 이어졌다. 대중 수출의 경우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석유화학 수출액 감소가 전체 수출액 감소를 이끌었다.

한국의 5월 수입액은 503억3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5.3% 줄었다.

5월 무역수지는 69억4000만달러로 흑자를 기록했다. 무역수지 흑자는 올해 1월 적자를 제외하면 2023년 6월 이후 지속되고 있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미국 관세 조치가 세계 경제와 우리 수출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며 “반도체·선박 등 주력 수출품과 농수산식품·화장품 등 K-소비재의 수출 호실적으로 감소율은 -1%대로 제한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sele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