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대선으로 인수위원회 없이 임기를 시작하는 새 정부가 금융당국 수장과 산업은행장 등 주요 금융 공공기관 인사 등도 빠르게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오는 5일 임기는 마치고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자리는 이미 공석이다. 과거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관치’ 비판이 나왔던 지점인 주요 금융지주 회장 인사에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4일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차기 금융당국 수장으로는 문재인 정부 시절 요직을 거친 도규상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1차관 등의 이름이 나온다.
도규상 전 부위원장은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과 금융위 부위원장을 역임했고, 지난 4월 이재명 당시 대통령 후보의 싱크탱크로 알려진 ‘성장과 통합’에 합류했다. 도 전 부위원장이 ‘금정(금융정책) 라인’ 출신이란 점 등에서 유력 인물로 점쳐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장 후보로는 이재명 후보가 2017년 대선에 처음 출마했을 당시부터 보좌해온 핵심그룹인 ‘7인회’ 멤버인 김병욱 전 의원이나 홍성국 전 의원, 제윤경 전 의원 등 민주당 출신의 전 정무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이 언급된다. 또 김은경 전 금융소비자처장(부원장), 원승연 전 자본시장담당 부원장 등 금감원 전 임원들도 거론된다.
금융당국 인사가 마무리되면 금융공공기관장 인사도 잇따라 이뤄질 전망이다. 이달 5일 임기가 끝나는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의 후임자는 아직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공약에서 산업은행을 부산으로 이전하는 대신 동남투자은행(가칭)을 설립하는 안을 제시한 만큼 본점 이전 이슈는 마무리될 전망이다. 지난 3년간 진전 없던 논란만 초래한 본점 이전 이슈는 사그라들 것으로 보인다.
수출입은행과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들의 행장들의 임기는 각각 오는 7월, 내년 1월까지여서 임기 전 교체 여부도 관심사다.
이재명 후보의 금융권 인맥으로는 김병욱 전 의원을 수장으로 한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내 금융·자본시장위원회 소속 마호웅 전 우리은행 본부장, 최재호 전 산은캐피탈 베트남 대표, 이정원 전 골든브리지 부사장 등이 거론된다.
금융업계선 ‘관치’ 그림자를 경계하는 분위기다. 지난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개인적인 인연을 고리로 국책은행과 주요 금융지주들의 회장 자리에 외부 인사들이 대거 임명됐다. 이들을 일컬어 ‘금융권 4대 천왕(강만수 전 산업은행 회장‧어윤대 전 KB금융 회장‧이팔성 전 우리금융 회장‧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이라 했는데 당시 이들은 이명박 정권 실세로 정치권력이 금융지주 길들이기를 한 대표적인 사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너 서클’의 실세 의원과 금융위 고위 당국자를 통해 금융권 인사를 쥐락펴락한 바 있다. 당시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권 인사 모임) 인사들이 요직에 앉았는데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이 대표적 인물이다. 이 전 행장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 채용 비리 논란으로 사퇴했다.
윤석열 전 정부 역시 금융권 수장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윤 전 대통령 취임 이후 4대 금융지주 회장이 모두 교체됐고 금융지주 지배구조 제도 개선을 두고 금감원이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관치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한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이미 지배구조 선진화에 따라 회장 후보를 관리하고 선임하는 절차를 시행 중인 만큼 과거와 같이 노골적인 인사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금융당국 수장이 교체되는 등 전반적인 분위기가 달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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