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올해 세계개발자회의(WWDC 2025)에서 자체 음성비서 '시리'의 업그레이드 계획을 내년으로 미뤘다. 업계에선 이번 WWDC 행사를 두고 혁신이 부재한 실망스러운 행사라고 평가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9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본사에서 열린 '세계개발자회의(WWDC) 25'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애플 유튜브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9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본사에서 열린 '세계개발자회의(WWDC) 25'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애플 유튜브

크레이그 페더리기 애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수석 부사장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시리의 개인화 기능에는 더 많은 개발 시간이 필요하다”며 올해로 예정했던 업그레이드를 2026년으로 미루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연기다.

애플은 시리를 사용자의 맥락을 이해하고 앱을 능동적으로 제어하는 ‘에이전트 AI’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구현 시점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시리의 중국 출시 일정도 이번 행사에서 언급되지 않았다.

시장 반응은 냉담하다. 월가 투자은행 UBS는 “발표된 기능은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웨드부시의 댄 아이브스는 “애플은 실패를 피하기 위해 안전한 선택만 했다"며 "기조연설은 하품이 날 정도였다"고 혹평했다.

다만 애플은 이날 행사에서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와의 파트너십 확대를 공식 발표했다. iOS 26, 아이패드OS 26, 맥OS 26, 비전OS 26 등 차세대 운영체제에 챗GPT 기반 AI 기능이 기본 탑재된다.

대표 기능으로는 화면 속 이미지나 텍스트를 인식해 AI가 설명하거나 유사 제품을 제안하는 ‘비주얼 인텔리전스’가 있다. 이는 구글 안드로이드의 ‘서클 투 서치’와 유사한 기능으로, 경쟁사에 비해 AI 대응이 늦었다는 지적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또한 메시지, 전화, 페이스타임 앱에는 실시간 번역 기능이 추가되며, 애플워치에는 음성 기반 운동 코치 ‘워크아웃 버디’가 새롭게 도입된다. 기존 이모지를 조합해 캐릭터를 만드는 ‘젠모지’, 이미지 생성 도구 ‘이미지 플레이그라운드’도 공개됐다.

애플은 자사 AI 모델을 처음으로 개발자에게 개방했다. 개발자는 소형 AI 모델을 활용해 자연어 검색, 자동 요약 등 기능을 앱에 통합할 수 있으며, 이 AI는 사용자 기기에서 로컬로 실행돼 개인정보 보호에 유리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블룸버그는 "개발 중인 시리의 개인화 기능은 정상 작동하더라도, 3분의 1가량은 오류를 일으킨다"며 품질 문제로 인해 출시가 미뤄졌다고 보도했다. IT 매체 폰아레나는 "시리는 iOS 26, 아이패드OS 26 또는 맥OS 26의 초기 베타 버전에서 제공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