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인공지능(AI) 음성 비서 '시리' 업그레이드 작업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투자자들이 애플의 AI 전략 전반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서울 중구 명동 애플스토어에서 시민들이 애플의 스마트폰 '아이폰 16시리즈'를 살펴보고 있다. / 뉴스1
서울 중구 명동 애플스토어에서 시민들이 애플의 스마트폰 '아이폰 16시리즈'를 살펴보고 있다. / 뉴스1

8일(현지시각) 파이낸셜 타임즈는 최근 애플에서 퇴사한 직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애플 내부 사정에 정통한 전직 애플 임원들은 애플이 자체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시리에 통합하는 과정에서 기술적 문제에 봉착했다고 밝혔다. 

전직 애플 고위 관계자는 "점진적인 개선 방식으로는 더 이상 시리를 개선할 수 없다는 것이 명확해졌다"며 "시리를 처음부터 재설계하지 않은 것이 실수였다"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파이낸셜 타임즈는 오픈AI처럼 생성형AI 기반 음성비서를 처음부터 구축한 경쟁사에서는 발생하지 않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시리는 애플의 AI 전략 브랜드 '애플 인텔리전스'의 핵심 축이다. 이 기능은 아이폰과 기타 애플 기기에서 대화형 에이전트 기능을 구현하려는 시도로, 지난해 애플의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첫 공개됐다. 그러나 해당 기능들의 실제 출시가 지연되면서 올해 WWDC에 대한 기대감도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AI 분야에서의 불확실성은 애플 주가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2025년 들어 애플은 '매그니피센트 7'로 불리는 빅테크 가운데 가장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이며 연초 대비 약 18% 하락했다. 

반면 경쟁사인 오픈AI, 구글, 퍼블렉시티는 대규모 언어모델(LLM) 기반의 고성능 음성 비서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 분석가들은 애플이 시리의 완전한 현대화를 하기까지 최소 3년 이상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애플은 시리와 챗GPT의 통합을 통해 오픈AI에 점차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은 인사 변화로도 이어졌다. 애플의 AI 수장 존 지아난드레아는 올해 초 시리 프로젝트에서 물러났고 해당 부서는 비전 프로 헤드셋을 맡았던 마이크 록웰이 이끌고 있다.

개인정보 보호 중심의 철학도 기술 구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애플은 클라우드 서버가 아닌 기기 내 AI 처리 방식을 고수하고 있어, 대규모 모델을 활용하는 경쟁사와 차별화된 전략을 취하고 있다. 전직 직원들은 이것이 시리의 업그레이드 작업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한편 오픈AI는 최근 애플 전 수석 디자이너 조니 아이브가 설립한 디자인 회사 IO를 65억달러(약 8조8497억원)에 인수하며 하드웨어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이 소식 이후 애플 주가는 약 2% 하락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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