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이 1649억원을 들여 인수한 게임 개발사 넵튠이 크래프톤의 약점을 보완할 비장의 카드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넵튠의 배틀로얄 게임 ‘이터널 리턴’은 높은 ‘배틀그라운드’ 의존을 낮출 게임 IP 겸 e스포츠 종목이다. 또 크래프톤은 넵튠의 애드테크 솔루션을 이용해 그간 인수한 게임사들의 게임에 보상형 광고를 붙여 수익을 다각화할 수 있다. 이를 인도 등 신규 시장 공략과 연결하면 크래프톤 연매출의 30%쯤을 차지하는 텐센트 의존도도 점진적으로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IP 확보·수익 다변화 전략
넵튠은 산하 개발사 님블뉴런이 제작한 ‘이터널 리턴’을 6월 27일 중국 시장에 정식 출시할 예정이다. 퍼블리셔는 텐센트다. 이터널 리턴 중국 버전은 3차례의 중국 테스트에서 호평을 받았다. 텐센트의 플랫폼 ‘위게임’에서 외산게임 현지 예약자 수 1위를 차지했고 94%의 긍정 평가 비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넵튠은 중국 정부로부터 이터널 리턴 판호(서비스 허가권)을 지난해 12월 획득했다.
해당 게임은 크래프톤이 활용하기에 최적의 IP로 평가된다. 올해 4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e스포츠 전문종목으로 지정된 데다가 중국 시장까지 진출이 용이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앞서 크래프톤은 올해 4월 카카오게임즈가 보유한 넵튠 지분 39.37%를 1649억원에 인수해 넵튠의 최대주주가 됐다. 크래프톤은 이를 통해 중국 시장 진출용 신규 IP 확보와 함께, 비게임 수익원인 애드테크 솔루션까지 손에 넣었다.
크래프톤은 특히 넵튠의 애드테크 역량을 활용해 수익을 다변화할 수 있다. 넵튠은 모바일 광고 수익 최적화 광고 고객 플랫폼(SSP) ‘애드엑스’와 ‘애드파이’, 퍼포먼스 마케팅 유닛 ‘리메이크’ 등의 애드테크 서비스를 제공한다. 넵튠의 ‘오퍼월’ 등을 통해 게임 내 보상형 광고도 가능하다. 이를 크래프톤이 그동안 인수한 게임사들의 게임에 적용하면 게임 매출 외 별도 수익원도 확보할 수 있다.
실제 크래프톤이 올해 5월 인수한 인도 게임사 노틸러스 모바일은 누적 다운로드 수 2억5000만건을 넘긴 ‘리얼 크리켓’을 서비스한다. 인도의 국민 스포츠 ‘크리켓’을 게임화한 리얼 크리켓에는 이미 게임 내 보상형 광고가 적용돼 있다. 크래프톤이 넵튠의 애드테크 역량을 리얼 크리켓을 비롯한 여러 게임에 적용해 광고 기반 수익을 확대할 수 있는 셈이다.
넵튠 통해 텐센트 거리두기도 가능
크래프톤은 넵튠을 통해 텐센트 의존도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크래프톤은 연간 매출의 28.9%가 텐센트로부터 나온다. 텐센트는 중국 버전의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화평정영’을 퍼블리싱하는 대가로 크래프톤에게 로열티를 지급한다.
이터널 리턴 역시 텐센트를 통해 중국에 서비스된다. 이터널 리턴만으로는 텐센트 의존을 낮출 수 없다. 중국 정부가 중국에서 게임을 서비스하려면 자국기업을 통하도록 하고 있어 크래프톤이 자체 서비스할 수 있는 길도 막혀 있다. 이는 크래프톤이 인도 시장을 공략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인도는 2023년 기준 14억명이 넘는 인구가 사는 나라로 중국의 인구 수를 넘어섰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의하면 인도는 젊은 층으로 구성된 인구 대국이자 디지털 경제를 적극 도입하는 국가다. 인도 내 게임 이용자 수만 2023년 기준 4억5000만명에 달한다. 인도 내 e스포츠도 활발하다. 인도 내 e스포츠 팀은 10만개쯤으로 프로 e스포츠 선수만 500명쯤이다.
크래프톤은 넵튠 인수를 통해 IP와 애드테크 솔루션을 확보해 중국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지만 인도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구조다. 크래프톤이 인도에 집중하는 이유는 최근 중국 상황과도 맞물린다. 중국은 최근 경기둔화로 전기차 업계 도산 등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경기불황으로 인해 게임에 돈을 쓰는 이가 줄어든다는 말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크래프톤은 넵튠을 통해 IP와 수익 다각화를 추진하는 동시에 인도 같은 대체 시장 공략 속도를 올리고 있다”며 “최근 중국 경제 둔화로 전기차 업계가 도산하는 등 게임에 돈을 쓰는 소비자 자체가 줄어 시장 매력도가 예전만 못한 점도 텐센트 의존을 낮출 겸 새 시장 발굴 행보에 영향을 줬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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