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진출한 우리나라 게임사들이 성과를 내고도 웃지 못하고 있다. 흥행에 성공하더라도 퍼블리싱을 독점한 텐센트에 상당 부분의 수익을 내줘야 한다는 점에서다.

/ 챗GPT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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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프트업의 모바일 게임 ‘승리의 여신: 니케’는 5월 22일 중국에 출시된 이후 현재 기준(6월 2일)으로 애플 앱스토어 매출 순위 10위권에 오르며 안정적인 매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증권가는 iOS, 안드로이드, PC 플랫폼을 포함한 전체 일매출을 약 20억원대 중후반으로 추정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성공적으로 안착했다고 평가하지만 시프트업 입장에서는 낙관하기 어려운 모양새다. 수익이 발생하면 서비스 직접 매출은 텐센트가 잡고, 시프트업은 후에 IP 로열티 형태로 수익을 배분 받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중국판 니케는 텐센트가 서비스를, 시프트업이 개발을 맡는 이원화된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우리나라 게임사들이 수익 배분 계약 비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업계에서는 일반적으로 퍼블리셔 60%, 개발사 40% 수준으로 추정한다. 여기에 모바일 플랫폼에서는 애플 앱스토어 수수료 30%, PC 게임에서는 채널링 입점 수수료 등 추가 비용이 빠진다.

중국 진출을 위해 인력과 비용을 투입한 시프트업 입장에선 수익 실현 여건이 우호적이지 않다. 니케의 글로벌 버전 서비스조차도 텐센트 산하 레벨 인피니트가 맡고 있어 수익 창출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크래프톤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크래프톤의 2024년 상반기 발생한 매출 1조3729억원 가운데 텐센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판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인 ‘화평정영’이 주요 원천이다. 상당 부분의 수익을 텐센트에 넘기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게임사들은 글로벌 확장 일환으로 세계 최대 게임 시장 중 하나인 중국 진출을 타진해 왔다. 그러나 외자 판호를 어렵게 따더라도 직접 서비스는 불가능하다. 중국 내 서비스를 하기 위해선 반드시 현지 퍼블리셔를 거쳐야 한다. 

퍼블리싱 경쟁사인 넷이즈가 있지만, 글로벌 게임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하면 텐센트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시장조사업체 뉴주에 따르면 텐센트는 지난해 3분기에만 약 250억 위안(약 34조3500억원)의 게임 매출을 기록하며 글로벌 1위를 차지했다. 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텐센트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실제로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및 ‘던파 모바일’,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 & 소울’, 데브시스터즈 ‘쿠키런: 킹덤’ 등이 퍼블리셔로 텐센트를 택했다. 연내 중국 출시를 준비 중인 엔씨소프트(리니지2M) 역시 텐센트와 손을 잡았다.

업계 관계자는 “텐센트는 중국 내에서 탑 클래스 기업이기 때문에 퍼블리싱을 맡는 것 자체가 곧 성공을 보장한다는 인식이 있다”며 “실제로는 텐센트가 국내 게임사를 ‘간택’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선택권이 기울어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장 구조상 텐센트를 제외하고는 실질적인 대안이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기형적 구조는 텐센트의 입지만 키워주고 있다. 센서타워 조사에 따르면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은 중국 출시(2024년 5월 21일) 약 4개월 만에 누적 매출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를 달성했다. 같은 시기 텐센트의 게임 매출 포트폴리오를 보면 ‘왕자영요’(24.8%), ‘던파 모바일’(23.7%), ‘화평정영’(11.9%)로, 국산 게임 IP가 30% 이상을 차지한다.

텐센트의 영향력은 앞으로도 더욱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 게임사에 연이은 지분 투자로 침투력을 늘리고 있다는 점에서다. 텐센트는 크래프톤(2대 주주·13.86%), 넷마블(2대 주주·17.52%), 시프트업(2대 주주·34.85%), 카카오게임즈(3대 주주·3.88%) 등 국내 게임사들의 주요 주주로 올라 있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텐센트는 중국 내 시장 조건을 최대한 활용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이득을 취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한한령처럼 철폐, 봉쇄령을 내리는 대응은 무의미하다. 정부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중국 당국과 외교를 통해 판호 문제를 풀어가야 하는 게 먼저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스포츠 등 한중 문화 교류를 활발하게 진행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면서 동시에 국내 게임업계가 개발력을 키워 중국 이외에 글로벌 진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천선우 기자 
swch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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