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텐센트가 한국 콘텐츠 시장에서 영향력을 점차 확대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경영 구조를 손에 쥐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텐센트는 SM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를 비롯한 국내 주요 K콘텐츠 기업들의 주요 주주로 자리잡고 있으며, 언제든지 피투자 기업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올라서면서다. 특히, 텐센트는 주주로서 이사회 이사 선임 등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을 확보하며, 한국 콘텐츠 산업의 핵심 기업들의 경영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하이브는 29일, 텐센트가 텐센트 뮤직을 통해 하이브가 보유한 SM엔터테인먼트 주식 2433억원 규모 전량을 매수했다고 27일 밝혔다. 이에 따라 텐센트는 SM엔터테인먼트 지분 9.66%를 확보하며 2대 주주가 됐다. SM엔터테인먼트 최대 주주는 카카오(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인데, 텐센트는 카카오 지분 6%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지분 4.6%를 보유하고 있다.
텐센트는 크래프톤(2대 주주·지분율 13.86%), 넷마블(2대 주주, 17.52%), 시프트업(2대 주주, 34.85%), 카카오게임즈(3대 주주·3.88%) 등 국내 주요 게임사와 YG엔터테인먼트(4대 주주, 4.3%) 등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주요 주주이기도 하다.
텐센트가 지분을 확보한 구조를 보면 텐센트는 국내 콘텐츠 산업 전반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토대를 이미 갖춘 것으로 분석된다. 텐센트는 수천억원을 투자하더라도 최대주주 지위는 노리지 않는 확고한 경향을 보인다. 대신 상장 여부와 관계없이 언제든 피투자사의 주요 주주로서 이사회 이사 선임 등을 통해 주주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정도의 지분은 확보한다.
텐센트는 전략적 투자(SI) 목적으로 투자한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텐센트 계열 에이스빌(ACEVILLE PTE. LTD.)은 시프트업 지분 보유 목적을 ‘주주로서 영향력 행사’라고 명시했다. 이는 전략적 투자를 의미한다. 임원의 선임·해임 같은 주주의 권리를 행사하겠다는 말이다.
상법 366조는 지분율 3% 이상을 보유한 주주의 임시주주총회 소집권을 규정한다. 임시주주총회는 정기주주총회 안건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 텐센트가 필요할 경우 대표이사 교체 등의 안건을 상정해 기업 의사결정 구조를 흔들 수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텐센트의 이번 SM엔터테인먼트 지분 매수가 K컬처에 빨대를 꽂고 수익을 나누는 것과 별개로 K컬처 전반에 자신의 영향력을 키우기 위한 것이라고 봤다. 텐센트가 이미 국내 게임업계의 주요 기업 지분을 확보했고 그 다음을 K팝으로 선택했다는 것이다. K팝은 최근 K컬처 확산의 주역으로 꼽힌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학교 가상융합대학 학장)은 “텐센트는 핵심 기업의 전략적 투자자라는 외피를 쓰면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판을 뒤집어 엎을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며 “K팝은 중요한 K컬처의 원천인데 이제 K팝까지 텐센트 휘하에 두겠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텐센트가 중국 정부의 눈치를 보면서 조용히 있지만 이번 SM엔터테인먼트 지분 인수처럼 블록딜을 해버리거나 그냥 시장에서 주식을 매집해 최대주주가 되는 건 일도 아니다”라며 “텐센트는 한국 콘텐츠 시장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토대를 하나씩 마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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