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KB금융·신한·하나·우리)가 올 상반기에도 밸류업 정책에 매진했다. 올 상반기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자본비율이 악화한 가운데서도 ‘리스크 관리’에 집중한 결과다.
1일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KB금융은 올해 4월부터 6월 말까지 총 304만7395주(3000억원)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다고 전날 공시했다. 앞서 4월에는 자사주 352만9411주(3000억원)를 소각완료한 바 있다.
신한금융지주도 지난 26일 5000억원 규모의 자사수 1034만7131주를 소각한 바 있다. 당초 8월 소각 예정이었지만 이를 2개월 앞당긴 것으로 “주주환원에 속도를 내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4일에는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가 보유주식 974만 2340주(지분율 1.94%)를 블록딜을 통해 매각했다고 밝혔다. 기관과 기관 사이의 시간 외 거래였기 때문에 대량 매도였음에도 불구, 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이를 통해 보호예수 기간이 경과된 유상증자 참여 사모펀드 보유 지분의 매각 우려가 해소됐다는 평가다.
2027년까지 주주환원율 50%를 달성하겠다고 약속한 하나금융도 지난 2월 4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우리금융은 금융지주 처음으로 ‘비과세배당(감액배당)’을 꺼내들었다. 감액배당은 배당소득세로 15.4%를 떼지 않아 주주의 배당수익률이 올라가는 효과를 낸다. 지난해 우리금융 배당수익률은 7.6%인데, 감액배당을 실시하면 개인주주의 배당수익은 18.2%까지 상승할 것으로 본다. 올 4분기 배당부터 적용해 내년부터 지급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올 연초와 같은 환율 변동 등 변수만 없다면 금융지주들이 견고한 실적을 바탕으로 주주환원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달러 대비 원화 환율 10원 하락당 보통주자본비율(CET1) 상승 민감도는 약 2bp(1bp=0.01%p) 내외로, 100원이 하락할 경우 20bp 상승 요인이 발생해 보수적 기준으로도 10bp 내외는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KB금융은 환율 영향까지 감안할 경우 1조원이 넘는 추가 자사주 매입·소각도 기대 가능하다”며 “만약 하반기 중 7000억원의 추가 자사주 매입·소각을 실시할 경우 올해 예상 총주주환원율은 51.5%로 곧바로 50%를 돌파하고, 1조원의 매입·소각 가정시에는 총주주환원율이 57% 수준에 육박할 수 있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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