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올해 2분기 9조원대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의 전사 영업이익을 이번 분기에도 앞지를 것이 유력하다. AI 시대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수익성을 개선 중인 SK하이닉스의 시간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다.
3일 증권가 전망을 살펴보면 SK하이닉스의 2분기 영업이익은 9조원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신한투자증권은 9조200억원, 대신증권은 9조1000억원, 한화투자증권과 현대차증권, KB증권 등도 9조원대 초중반의 수치를 제시했다. SK하이닉스는 2024년 4분기에 이어 3개 분기 연속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을 넘어서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실적 개선의 핵심은 HBM3E 12단이다. SK하이닉스는 올 상반기 동안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GPU '블랙웰 GB300'에 사실상 유일한 공급사 역할을 하며 고부가 D램 중심의 제품 믹스를 강화했다.
한국투자증권은 “HBM이 전체 D램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보인다”며 “HBM3E 12단을 독점 공급하며 가격 프리미엄을 유지한 점이 수익성 개선을 견인했다”고 분석했다.
SK하이닉스가 하반기 HBM4 공급을 본격화하며 연간 36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반면 삼성전자는 최근 2분기 영업이익이 5조원대 초중반에 그칠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나온다. 당초 시장에선 7조원대에 이를 것이란 기대가 있었지만, HBM3E 12단의 엔비디아 공급 지연과 파운드리 부문 적자, 낸드 사업 부진이 겹치며 실적 하향 조정이 잇따르고 있다.
DS투자증권은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을 6조원으로, 한국투자증권은 5조원대 중후반으로 전망했다. 일부 기관에선 5조원대 초반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는다.
특히 파운드리 부문은 고객사 확보 부진과 수율 이슈로 2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낸드도 당초 흑자 기대에서 수천억원대 적자 전환이 예상된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HBM3E 12단을 인증할 시점에 경쟁사인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다음 세대 제품인 HBM4 12단 인증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어 하반기 HBM 전망도 불투명하다”며 “계절성을 고려할 때 실적 바닥은 2분기가 될 것으로 추정하지만 하반기 실적 기대감은 다소 약화할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양사의 실적 차이는 내부 성과급에서도 극명히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실적대로라면 올 상반기에도 전 직원에게 기본급 150%의 생산성 격려금(PI)을 지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4년 상·하반기에 이어 최대 지급률을 연속 달성하는 셈이다.
반면 삼성전자 DS부문은 메모리사업부를 제외한 시스템LSI와 파운드리사업부가 실적 부진으로 TAI(목표달성장려금) 지급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메모리사업부도 지난해 상반기 75% 수준보다 더 낮을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