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일제히 ‘코인 대여’ 서비스를 내놓으며 투자 전략 다변화에 나섰다. 보유 자산을 담보로 가상자산을 빌려 매도한 뒤, 시세가 하락하면 다시 사서 갚는 구조다.
주식시장으로 따지면 일종의 공매도인 셈인데, 사실상 파생상품 거래인터라 법적·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비판도 뒤따른다.
8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업비트와 빗썸은 지난 4일 나란히 ‘코인 대여’ 서비스를 공식 출시했다. 업비트는 ‘코인빌리기’라는 명칭으로 비트코인 대상 대여 서비스를 선보였고, 빗썸은 기존 ‘렌딩’ 서비스를 ‘코인대여’로 개편해 지원 자산과 기능을 확장했다.
두 거래소 모두 투자자가 보유 자산을 담보로 가상자산을 빌리고 이를 시장에 매도한 뒤, 시세가 하락하면 저가에 다시 매입해 상환함으로써 차익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공매도와 유사한 구조다.
업비트의 '코인 대여'는 원화를 담보로 설정하며, 담보금의 20~80%에 해당하는 비트코인을 대여할 수 있다. 상환 기간은 최대 30일이며, 담보 대비 대여 비율(렌딩비율)이 92%에 도달하면 자동으로 강제 상환된다. 수수료는 신청 시 0.05%, 이후 8시간마다 0.01%가 부과되며, 강제 상환 시에는 1.5%의 추가 수수료가 발생한다.
빗썸의 서비스는 테더(USDT), 이더리움(ETH), 리플(XRP), 솔라나(SOL), 페페(PEPE) 등 10종의 가상자산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보유 코인을 담보로 최대 4배에 달하는 코인을 대여할 수 있으며, 하루 수수료는 0.05%, 자동 상환 시에는 1%의 위험관리 수수료가 추가된다. 해당 서비스는 빗썸과 제휴한 블록투리얼이 운영하며, 빗썸은 사용자 인터페이스만 제공한다.
이처럼 거래소들이 동시에 대여 서비스를 출시한 배경에는 급감한 거래대금이 자리잡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더블록과 코인게코에 따르면 2025년 2분기 업비트의 총 거래대금은 2022억달러(약 274조원)로 전분기 대비 46% 줄었다. 빗썸은 같은 기간 1282억달러(약 174조원)에서 784억달러(약 106조원)로 39% 감소했다. 거래 수수료에 수익을 대부분 의존하는 거래소 입장에서 대여 서비스는 실적 방어를 위한 새로운 수익 구조이자 이용자 유입 장치로 작용한다.
투자자 입장에선 상승장에만 의존하던 수익 모델에서 벗어나, 시세 하락 시에도 수익을 노릴 수 있는 전략이 열린 셈이다. 하지만 담보 비율이 높은 상태에서 시세가 급등할 경우 손실이 발생하고, 자동 청산이 실행되는 구조인 만큼 투자 위험도 그에 비례해 커진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거래소들은 ‘대여’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으나, 업계에서는 구조적으로 파생상품의 일종인 장외파생거래(OTC derivatives)와 유사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자본시장법은 특정 기초자산의 가격 변동에 따라 금전이나 그 외 자산을 교환하는 계약을 파생상품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정형화되지 않은 거래는 장외파생상품으로 분류될 수 있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금전을 빌려 투자하고 결과에 따라 차익을 정산하는 파생거래로 보면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하지만 업비트와 빗썸의 경우 금전이 아닌 가상자산을 빌리는 구조이기 때문에, 자본시장법 적용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행 법제 내에서는 이 같은 구조를 명확히 규정한 조항이 없다. 업비트는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른 가상자산사업자(VASP)로 등록돼 있지만, 금융투자업 인가는 받지 않았고, 빗썸과 해당 서비스를 공동 운영하는 블록투리얼 또한 금융당국 인가를 받은 투자업체는 아니다.
빗썸 관계자는 "당사는 해당 서비스 제공 관련해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및 가상자산 관련 법령 등 관계 법령을 면밀히 검토하였다"고 밝혔다.
원재연 기자
wonjaeye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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