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스닥 상장사들이 ‘비트코인 매입’ 공시 한 줄로 주가를 끌어올리는 일이 반복되면서, 비트코인이 새로운 테마주로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워낙 변동성이 큰 자산인데다 회사의 실적과는 무관한 행태여서 주의를 당부하는 목소리 또한 높아지고 있다.
9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비트맥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이니텍 등은 최근 기존 사업과 무관한 가상자산 보유 전략으로 주가가 크게 치솟았다. 이들 기업은 공통적으로 전환사채(CB)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고, 이를 비트코인 매입에 활용하겠다고 공시했다. 이후 주가는 크게 뛰어올랐다가 다시 급락하는 등, 변동성이 커진 모습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비트맥스다. 비트맥스는 지난달 100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 이 중 900억원을 비트코인 매입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들어 꾸준히 비트코인을 사들여 현재 300.1개를 보유 중이다. 이는 국내 상장사 중 가장 많은 수준이다. 공시 직후 비트맥스 주가는 1000원대에서 7000원대로 약 500% 급등한 바 있다. 현재는 전일 종가 기준 5260원이다.
비트맥스는 본래 AR 플랫폼 기업 맥스트로, 지난 2021년 기술특례를 통해 상장했다. 이후 메타버스 사업 부진으로 시가총액이 500억원대까지 하락했고, 2024년 말 김병진 회장 측에 경영권이 넘어가면서 사업 방향을 급격히 전환했다. 사명도 비트맥스로 변경됐고, 현재는 비트코인을 장기 보유하는 ‘디지털 자산 기업’을 표방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다른 상장사로도 확산 중이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는 미국 가상자산 펀드 파라택시스로부터 자금을 유치한 뒤, 유상증자와 CB 발행을 통해 250억원을 조달했다. 비트코인 관련 신사업 진출을 밝힌 이후 주가는 4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고, 700원대였던 주가는 2600원대까지 상승했다.
지난달 기준 국내 주요 상장사의 비트코인 보유량은 비트맥스(300.1개), 위메이드(223개), 네오위즈(123개), 카카오(39개), 셀트리온(18.05개), 다날(17개), 넷마블(8.29개) 순이다. 하지만 보유량 외에는 매입 경로, 평균 취득가, 향후 처분 계획 등 필수 정보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정보 부족이 오히려 주가에 기대감을 더하는 방식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법적 쟁점도 존재한다. 국내 법제상 상장사가 직접 가상자산을 취득하는 것은 불법은 아니지만, 금융당국은 2017년 이후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를 ‘원칙적 제한’ 대상으로 분류해 왔다. 특히 실명계좌 개설이 사실상 불가능해, 기업이 거래소 계좌를 통해 직접 가상자산을 매입하는 구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에 일부 기업은 특수관계인 명의로 먼저 가상자산을 확보한 뒤 회사에 양도하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예컨대 비트맥스는 지난 3월 대주주인 김병진 회장으로부터 비트코인 50개와 이더리움 268개를 매입했다. 하지만 해당 거래에 대한 단가나 계약 조건 등은 공시되지 않았고, 매입 수량 외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다.
규제 측면에서 자본시장법상 ‘집합투자업’ 해당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정 자산을 매입해 이를 간접적으로 투자자에게 이익이 돌아가도록 운용하는 구조라면, 이는 투자자 보호 장치와 운용 규제를 받는 집합투자업 요건에 부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회계 처리 기준도 모호하다. 앞서 금융당국이 발표한 지침에 따르면 특정 목적의 가상자산만 자산으로 인식하도록 했고, 투자 목적 보유에 대한 구체적 기준은 여전히 부재한 상태다. 이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는 실제 기업 재무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황현일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기업이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자금을 조달해 비트코인을 매입하는 행위는 전통적인 재무 활동과는 다소 결이 다를 수 있다”며 “ 그러나 해당 투자로부터 발생한 성과를 주주나 전환사채 투자자에게 직접 배분하는 구조가 아니라면, 이는 자본시장법상 미인가 집합투자업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한 “상장기업들은 과거부터 보유 현금을 투자 가치가 있는 자산에 운용해왔으며, 그 대상이 비트코인이라고 해서 이를 다르게 볼 이유는 없다”고 전했다.
원재연 기자
wonjaeye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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