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버린 AI’가 최근 우리나라 AI 정책의 핵심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소버린 AI에 관한 정의가 명확하지 않은 가운데 정책 논의가 진행되고 있어 업계는 소버린 AI가 자칫 기술 쇄국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11일 관련 업계에 의하면 최근 정부의 AI 정책 방향과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가 늘고 있다. 정부가 기술주권 확보를 추진하기 위해 소버린 AI를 강조하다 세계적으로 고립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우려는 7월 8일 진행된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이 AI 업계를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과정에서도 나왔다.
간담회에 참석한 AI 기업인들은 류제명 차관에게 외교·안보·국방 같은 분야에서는 한국형 AI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동의하면서도 상황에 맞게 소버린 AI를 적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부가 AI 정책을 설계할 때 기술 자립만을 강조하면 글로벌 경쟁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에서도 비슷한 우려가 나왔다.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7월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소버린 AI가 국가 AI 전략의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AI 3대 강국이 목표라면 보다 공격적인 정책 기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소버린 AI의 개념과 범위를 해석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소버린 AI를 ‘전부 우리 기술로 만들어야 한다’고 해석하는 경우에 이 같은 우려가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
전부 우리 기술로만 AI를 개발하는 기조를 고집할 경우 세계적으로 기술 고립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소버린 AI를 글로벌 기술도 활용할 수 있지만 직접 통제한다로 볼 경우 정책 기조가 달라진다. 외산 기술도 적극적으로 수용하게 될 수 있어서다.
이재명 정부는 최근 기술 주권 확보를 위해 국가 차원의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오픈AI의 챗GPT, 구글의 제미나이 등 외산 AI 모델 의존을 줄이기 위해서다. 정부의 정책 기조가 업계 우려처럼 갈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분석된다.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전 네이버클라우드 AI혁신센터장),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전 LG AI연구원장),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전 네이버 대표이사) 등은 기업인 시절부터 글로벌 경쟁을 강조해온 이들이라서다.
고삼석 동국대학교 석좌교수는 “AI 주권 확보라는 방향성에 대해서는 정부와 산업계 모두 이견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소버린 AI의 개념이나 유형에 관해 다양한 해석이 존재하지만 핵심은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라는 점에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책 방향도 AI 원천기술과 AI 대전환 쪽으로 집중하는 쪽으로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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