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증권이 ‘SG증권발 하한가 사태’ 직후 김건희 여사의 ‘집사’로 알려진 김모씨가 설립에 관여한 회사에 1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키움증권은 단순 재무적 투자라며 투자 과정은 정상적으로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2023년 6월 ‘오아시스제3호제이디신기술조합(오아시스펀드)’에 10억원의 지분 투자를 했다. 오아시스펀드는 사모펀드 운용사 오아시스에쿼티파트너스가 조성한 투자조합으로 김씨가 설립에 관여한 IMS모빌리티 투자를 중개했다.
특별검사팀 중간 조사 결과를 보면 오아시스펀드엔 키움증권을 포함해 한국증권금융(투자금 50억원), 카카오모빌리티(30억원), HS효성(35억원), 신한은행(30억원) 등이 참여했다.
오아이스펀드를 통해 투자금 184억원이 IMS모빌리티로 들어갔고 이 중 46억원은 이노베스트코리아가 갖고 있던 IMS모빌리티 지분 4.64%을 매입하는 데 쓰였다. 이노베스트코리아는 김모씨의 차명회사로 추정되는 곳이다. 그의 아내인 정모씨가 사내이사로 있다. 결국 키움증권이 투자한 오아시스펀드는 ‘IMS모빌리티-이노베스트코리아-김모씨’로 이어지는 고리의 중개 역할을 한 셈이다.
키움증권의 경우 투자 시기가 절묘했다. 당시는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SG증권발 하한가 사태로 검찰 조사를 받을 때였다. 2023년 4월 말 SG증권 서울 창구에서 대규모 매도 물량이 쏟아져 다우데이타 등 8개 종목이 폭락했는데 김 전 회장이 2거래일 전 다우데이타 주식 140만주를 시간외매매로 처분해 주가조작 정황을 알고 있었던 거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거센 논란 속 김 전 회장은 2023년 5월 그룹 회장과 키움증권 이사회 의장을 사퇴했다. 1년간의 검찰 조사 끝에 이듬해 5월 최종 불기소 처분을 받으며 의혹에서 벗어났다.
투자 당시 IMS모빌리티의 누적 적자가 수백억원이고 자본잠식 상태였다는 점은 의아한 부분이다. IMS모빌리티 감사보고서를 보면 2015~2022년 8년간 IMS모빌리티의 누적 순손실은 337억원이다. 2015년과 2016년 두 해를 빼면 6년 연속 적자였다. 회사는 2023년과 2024년에도 각각 228억원과 263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투자를 받기 직전인 2023년 1월엔 순자산(556억원)보다 부채(1413억원)가 많은 자본잠식 상태이기도 했다.
김 전 회장은 윤창호 전 한국증권금융 사장, 김범수 카카오 창업주, 조현상 HS효성 부회장 등과 함께 17일 출석 통보를 받은 상태다. 오정희 특검보는 14일 브리핑에서 “속칭 집사 게이트와 관련 사건의 실체를 신속하게 규명하고 증거 인멸 방지를 위해 사모펀드에 184억원을 투자한 기관 및 회사의 최고 의사결정권자에 대한 소환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키움증권 관계자는 “IMS 지분 인수는 사업성과 투자 안정성, 모빌리티 사업으로 확장성을 고려한 정상적인 투자”라며 “투자의사 결정은 CFD 사태(SG증권발 하한가 사태) 이전인 2023년 2월로 시점상 투자 결정이 훨씬 앞선다”라고 해명했다.
한편 ‘오너 리스크’에 휩싸이면서 키움증권 주가는 15일 1.04% 내린 23만7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가 0.41% 오른 3215.28로 마치며 3년 11개월 만에 최고점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었다.
윤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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