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코스피 불장에 밀려 주목받지 못했던 금값이 8월로 다가온 트럼프발 관세 리스크와 시장 불확실성 속에서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되살아나며 국내외 금값은 변동성 장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서울 종로구 골드팡 종로직영점에서 관계자가 금 제품을 들어 보이고 있다.  / 뉴스1
서울 종로구 골드팡 종로직영점에서 관계자가 금 제품을 들어 보이고 있다.  / 뉴스1

22일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순금(24K) 1돈 가격은 전일 대비 4000원 오른 65만7000원, 판매가는 3000원 오른 55만3000원으로 집계됐다. 국제 금값은 온스당 3391달러로 전일 대비 6.25% 하락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지던 개인투자자의 금 매수세는 올 3월 정점을 찍은 뒤 급격히 꺾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4월 순매수 규모는 436억원, 5월 906억원, 6월 607억원으로 감소했고, 7월 들어(1~21일) 159억원어치 순매도로 돌아섰다. 특히 21일 하루에만 111억원어치가 순매도됐다.

금융투자협회는 이러한 흐름의 배경으로 코스피와 비트코인 등으로의 자금 이동을 꼽는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코스피는 46개월 만에 3200선을 회복했고, 비트코인 역시 최근 한 달 새 25% 넘게 오르며 투자자 관심을 집중시켰다.

중국발 수요 둔화도 금값 조정에 영향을 줬다. 대신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상반기 중국 개인들은 금 현물 ETF로 63t을 사들였고, 이는 인민은행 매입량의 30배에 달한다. 그러나 지난 5월부터 중국 정부가 신용카드·신용대출을 통한 금 매입을 단속하면서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다.

국내 시장에서는 실물 금과 투자용 금 수요가 엇갈리는 모습이다. 한국금거래소, 금시세닷컴 등에 따르면 최근 주요 거래소에서 순금 1돈의 판매가는 55만3000원, 구입가는 65만1000원으로 조사됐다. 특히 고령층과 개인투자자를 중심으로 골드바, 골드코인 등 실물 금 매입이 이어지며 일부 품목은 공급 부족 현상까지 빚어졌다.

반면 투자 시장은 다른 모습이다. ACE KRX금현물 ETF는 올 들어 5600억원이 유입됐지만 최근 한 달간은 자금 순유입이 거의 멈춘 상태다. 연초 위험자산 선호가 강해지며 ETF로 몰렸던 자금이 주식, 가상자산 등으로 이동했으나, 시장에서는 향후 관세 리스크와 불안 심리가 커지면 다시 안전자산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TD 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매크로 펀드들이 금에 대한 기존 공매도 포지션을 다시 매입하기 시작했다”며 “무역 전쟁, 금리 인하 재개, 스태그플레이션 환경, 그리고 중앙은행 신뢰도에 대한 도전 등의 요인으로 인해 금값은 더 큰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 전했다. 

원재연 기자
wonjaeye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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