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의 토큰증권(ST) 시장 진출 경쟁이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토큰증권 발행(STO) 시장 제도화를 앞두고 인프라 선제 구축을 위해 플랫폼과 협업에 나서고 있는 것. 시장 선점이 독점적 지위를 가를 수 있어 조각투자·블록체인 등 여러 영역에서 차별화 전략을 내세웠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은 한국예탁결제원이 지난해 10월부터 8개월간 주관한 토큰증권 테스트베드 플랫폼 구축 사업에 참여해 기술적·운영적 측면에서 주요 기능에 대한 검증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이번 테스트베드는 토큰증권 제도 도입에 앞서 시장 인프라를 사전에 점검하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됐다. 토큰증권 거래 데이터를 기록·검증하기 위해 만든 ‘펄스(PULSE)’ 분산원장 인프라에는 신한투자증권을 포함해 SK증권, LS증권 등이 참여해 원장의 무결성과 투명성을 확인했다는 설명이다. 기술사인 블록체인글로벌이 인프라 구축 및 운영 안정성을 지원했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프로젝트 펄스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세 곳 이상의 증권사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분산원장 모델이고 참여 증권사 모두가 토큰증권 관련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이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STO 제도화 이후 시장 주도권 확보 측면에서 전략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겠다”고 말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달 20일에도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 조각투자 메뉴를 새로 탑재했다. 미술품, 부동산, 한우 등 고가 실물자산을 여러 투자자가 공동으로 소유하는 조각투자가 토큰증권 제도화에 맞물려 빠르게 확산할 것으로 예상한다는 점에서다. 조각투자 일정, 플랫폼 탐색, 마감상품 조회 등 투자 편의성을 높이는 기능이 담겼다.
DB증권은 지난달 17일 코스콤과 토큰증권 플랫폼 사업 협약을 맺었다. 디지털자산 기반의 증권형 토큰 발행·유통 플랫폼을 공동으로 개발해 STO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DB증권은 “토큰증권은 자본시장의 효율성과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성장 축”이라며 “코스콤과 협력해 디지털자산 기반 금융서비스를 선제적으로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나증권은 5월 조각투자 플랫폼 ‘피스(PIECE)’를 운영하는 바이셀스탠다드와 손잡았다. 양사는 STO 상품 기획과 발행·유통을 위한 전방위 협업에 나선다. 하나증권 관계자는 “STO 상품이 제도권 내에서 발행되고 유통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데 중요한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LS증권도 3월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토큰증권을 결합하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플랫폼사 하이카이브와 업무협약을 체결해 ESG 채권과 신재생에너지 사업 기반 STO 서비스 개발을 공동 추진하기로 했다. 하이카이브는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필요한 자금 조달과 개인 투자자의 참여를 연결하는 토큰증권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한다.
업계에선 토큰증권 시장이 제도화 초기 단계부터 인프라 사업자가 시장 표준을 선점하며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발행·유통 플랫폼이 제도화 시점에 표준으로 자리 잡으면 향후 투자자 신뢰도와 시장 점유율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며 “플랫폼 선점 경쟁은 올해 하반기가 최대 분수령”이라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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