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각 업종 2위 기업 주가가 1위 대장주를 크게 압도했는 상황이 빈번하게 나타났다. 대표 업종인 반도체부터 주도주로 떠오른 방산, 조선, 은행 등 그 영역도 다양하다. 물론 실적 기대감이 1·2위 기업의 주가 향방을 가르기도 했다. 하지만, 대선 국면 이후 시작된 상승장에서 상승 여력이 큰 ‘2등주’로 투자심리가 옮겨 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반도체 시총 2위인 SK하이닉스는 올 들어 70.8% 상승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가 14.7% 오른 것과 비교하면 상승 폭이 5배나 더 컸다. 17만원대에서 시작한 SK하이닉스는 연초 22만원대를 돌파하고 6월까지 정체기를 겪었으나 이후 23만~29만원대를 연달아 넘어섰다. 반면 삼성전자는 5만~6만원 수준에서 제자리걸음 중이다.
상반된 주가 행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간 시총 격차는 작년 말 191조원에서 10일 현재 122조원으로 좁혀졌다. 전체 시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4%에 불과했던 SK하이닉스는 8.3%로 2%포인트 올라간 반면 16%가 넘었던 삼성전자는 13.9%로 쪼그라들었다.
인터넷 업종도 2위가 더 잘 나갔다. 지난해 말 3만원대였던 카카오 주가는 연초 이후 빠르게 치솟으며 1년 5개월 만에 6만대를 회복했다. 올해 주가 상승률은 59.2%다. 같은 기간 네이버의 주가 상승률(30.5%)을 30%포인트 가까이 웃돌았다. 시총 격차도 1조원가량 줄였다.
주도주로 떠오른 방산 역시 1·2위 주가가 두 배 이상 올랐으나 상승 폭은 조금 달랐다. 방산 1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올 들어 161.3% 뛰는 동안 2위인 현대로템은 그보다 더 큰 290.1%를 기록했다. 조선도 사정은 비슷하다. 한화오션의 주가 상승률은 109.4%로 대장주인 HD현대중공업(39.3%)을 크게 따돌렸다.
코스피 시총 5위에 진입한 은행 대장주 KB금융은 올해 40.9%라는 높은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으나 2~4위 신한지주(46.7%), 하나금융지주(62.3%), 우리금융지주(64.0%)엔 못 미쳤다. 게임주에선 2위 넷마블이 19.9% 오르며 1위 크래프톤(13.0%)보다 6%포인트 앞섰다. 통신주는 해킹 사태 등의 이슈로 대장주 자리가 SK텔레콤(0.2%)에서 KT(28.2%)로 바뀌었다.
2등주가 대장주보다 높은 주가 상승률을 보인 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처럼 개별 실적 영향이 크다. 하지만 대장주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비교적 상승 여력이 있는 2등주로 눈을 돌린 영향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일종의 순환매다.
실제로 4월까지만 해도 방산 대장주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올해 주가 상승률은 144.1%로 현대로템(125.8%)보다 높았다. 조선 대장주인 HD현대중공업도 39.8%로 삼성중공업(28.9%)보다 앞섰다. 네이버(0.8%)와 카카오(0.1%), KB금융(8.8%)과 신한지주(7.9%), 삼성전자(4.3%)와 SK하이닉스(2.1%) 등도 대장주가 근소하게 더 높았다.
개미들이 국내 증시에 눈돌린 영향도 컸다. 통상 외국인은 패시브 자금으로 국내 주식에 들어오는데 그때 시총 비중에 따라 종목을 사들인다. 시총 비중이 큰 대장주에 유리한 상황이다.
반면 개인은 종목별 밸류에이션을 꼼꼼히 따져 매수하는 경향이 강해 증시 상황에 따라 덜 올랐다 싶은 2등주를 매입하는 경향이 있다. 10일 기준 올해 개인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2차전지 2등 이하 종목인 삼성SDI(순매수 1조3918억원)이며, 조선 2등주 한화오션, 가전 2등인 LG전자도 상위권에 포진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업종마다 상황이 다르긴 하지만 주식시장이 빠른 속도로 상승하면서 순환매가 일어나는 장으로 바뀌고 있다. 대장주로 몰렸던 자금이 덜 오른 2등주로 옮겨가는 것 상황”이라며 “패시브 자금으로 매입하는 경향이 강한 외국인이 시장에 많이 들어오면 대장주에 자금이 쏠릴 수 있고 개인이 더 들어온다면 2등주 주가에 좋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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