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아이돌 팬덤을 대상으로 굿즈와 서비스를 판매하는 전자상거래 플랫폼들이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 제재와 국회 국정감사 이후 거래 절차를 일제히 개선했다. 하지만 코스닥 상장사 노머스의 팬덤 플랫폼 ‘프롬(Fromm)’은 여전히 환불·해지 절차가 직관적이지 않다는 지적을 받는다. 전자상거래법상 금지된 다크패턴(dark pattern) 또는 청약철회 방해에 해당할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프롬에는 현재 더보이즈, 마마무, 비투비, 에이티즈, 윤하, 원어스, 차은우, 프로미스나인 등 아티스트가 입점해 있다. 프롬은 또 아티스트와 팬이 메시지를 주고받는 팬 커뮤니케이션 기능과 함께, 굿즈 구매 등 전자상거래 기능도 제공하고 있다

/ 챗GPT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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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업계에 따르면, K팝 팬덤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운영 중인 주요 6개 플랫폼 가운데 결제 취소 및 교환·환불 절차를 고객센터 1:1 문의를 통해서만 처리하는 곳은 프롬이 유일하다.

하이브의 ‘위버스’, 비마이프렌즈의 ‘비스테이지’는 구매 내역 화면에서 즉시 교환·환불을 신청할 수 있고 SM엔터테인먼트의 ‘버블’은 앱 마켓 내 정기구독 관리 화면에서 해지가 가능하다. CJ ENM의 ‘엠넷플러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베리즈’는 아직 e커머스 기능을 별도로 제공하지 않고 있다.

프롬의 환불 요청 절차는 일반적인 구매 절차보다 복잡하게 설계돼 있다는 지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배포한 ‘다크패턴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정당한 사유 없이 구매보다 취소·탈퇴·해지 절차를 복잡하게 구성하는 것은 전자상거래법 제21조 위반 소지가 있다. 이 가이드라인은 정량적 기준(단계 수)과 정성적 기준(접근성 등)을 모두 고려해 위반 여부를 판단하도록 규정한다.

프롬 스토어 상품 구매 화면. / 프롬 스토어 갈무리
프롬 스토어 상품 구매 화면. / 프롬 스토어 갈무리

실제로 프롬 스토어에서 환불을 신청하려면, 먼저 ‘문의하기’ 버튼을 눌러 별도의 고객센터 페이지로 이동해야 한다. 그러나 이 고객센터는 프롬 계정과 연동되어 있지 않다. 구매자는 이메일 주소·주문번호·품목·수량 등을 다시 입력해야 한다. 이후 문의 내역을 확인하려면 고객센터에 별도로 로그인해야 한다. 하지만 프롬 계정의 기존 비밀번호로는 로그인이 되지 않는다. ‘비밀번호 만들기’ 절차를 통해 재설정 후에야 확인이 가능하다. 이 같은 구조는 이용자의 취소 접근성을 낮추는 대표적인 사례로 지적된다.

이와 함께 프롬은 굿즈 예약판매 상품에 “본 상품은 예약상품이므로 단순 변심으로 인한 주문 취소 및 환불이 불가하다”는 문구를 게시하고 있다. 이는 법무부·공정위가 청약철회 방해 사례로 지적한 표현이다. 현행 전자상거래법은 인터넷 쇼핑몰이 구매자에게 불리한 조건을 고지하는 경우 이를 사업자의 위법 행위로 간주한다.

실제 경쟁 플랫폼들은 지난해 공정위와 국회 지적에 따라 관련 절차를 개선했다. 위버스컴퍼니(하이브), YG플러스(YG엔터테인먼트), SM브랜드마케팅(SM엔터테인먼트), JYP360(JYP엔터테인먼트) 등은 2023년 10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관련 시정조치를 보고했다.

당시 강유정 의원(현 대통령실 대변인)은 국감장에서 “전자상거래법상 청약철회는 단순 변심도 가능한데, K팝 굿즈 환불 방식은 팬덤에 대한 갑질이다”라고 비판했다. 이에 최준원 위버스컴퍼니 대표는 “지적된 사항을 모두 시정했다”고 답했다.

청약철회 방해문구 사례. /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 홈페이지 갈무리
청약철회 방해문구 사례. /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 홈페이지 갈무리

공정거래위원회는 프롬의 절차가 다크패턴에 해당할 수 있다고 봤다. 공정위 관계자는 “구체적인 사안의 복잡성에 따라 위법 여부를 판단해야 하나, 회원 정보나 구매 내역 화면에서 취소·환불·탈퇴가 어렵게 설계돼 있다면 넓은 의미의 다크패턴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도 “결제는 버튼 한 번으로 가능하지만, 환불은 개별 문의로만 가능하도록 설계한 경우, 이는 전자상거래법상 청약철회 방해로 간주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노머스 측은 “디지털 콘텐츠와 실물 상품을 함께 판매하고 있어 상품 유형에 따라 환불 규정이 상이하다”며 “현재 고객센터를 통해 접수된 환불 요청은 CS팀이 직접 확인해 각 상품별 규정에 따라 처리하고 있으며, 소비자가 철회 의사를 표시할 수 있는 창구를 제공하고 있어 법적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고 밝혔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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