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9일 미국 워싱턴DC로 출국했다. 미국의 상호 관세 조치 시행을 사흘 앞둔 시점으로 미국과 무역 협상에 힘을 보태기 위해서다. 이번 출국은 지난 17일 대법원 무죄 판결 이후 12일 만에 확인된 첫 공식 외부 일정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 뉴스1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 뉴스1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은 이날 오후 3시 50분쯤 김포공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출국 직전 미국 방문 목적을 묻는 취재진에 짧게 “안녕하세요”라고만 인사한 뒤 출국장으로 향했다.

재계는 이 회장이 한미 관세 협상 국면에서 전략적 조율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측에 반도체 투자 확대와 인공지능(AI) 반도체 협력 구상을 제안하면서 관세 이슈를 조율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운영 중이다. 여기에 더해 텍사스 테일러시에도 신규 공장을 짓고 있으며 2026년 완공이 목표다. 전체 투자 규모는 370억달러(약 54조원) 이상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테슬라와 약 22조8000억원 규모의 공급 계약도 체결했다. 삼성은 테일러 공장에서 테슬라의 차세대 AI 반도체 'AI6'을 생산할 예정이다. 이는 삼성 파운드리 역사상 최대 규모 계약이다.

업계는 이번 테슬라 계약이 미국 정부의 반도체 육성 기조와 맞물려 한미 관세 협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의 AI 반도체 투자가 미국 내 공급망 강화에 기여하는 점이 미 행정부 설득의 지렛대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선율 기자
melody@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