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올해 2분기 삼성전자를 제치고 메모리 반도체 매출 1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HBM(고대역폭 메모리) 시장에서 점유율이 급락하며 실적 부진을 면치 못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영업이익 추이. /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영업이익 추이. / 카운터포인트리서치

31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실적에서 메모리 반도체 부문 매출 21조2000억원, 영업이익 2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성과로 고성능 AI 반도체 수요가 집중되는 HBM 부문에서의 부진이 실적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의 HBM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2분기 41%에서 올해 2분기 17%로 대폭 하락했다. 이는 중국향 수출 제재로 인한 판로 축소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SK하이닉스는 같은 분기 메모리(D램·NAND 포함) 매출 21조8000억원을 기록하며 근소한 차이로 삼성전자를 제쳤다. SK하이닉스는 처음으로 글로벌 메모리 시장 1위 자리에 올랐다. SK하이닉스의 이 같은 성과는 HBM 기술력과 생산능력, 엔비디아와의 긴밀한 협력에 기반하고 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용 HBM3E 제품에서 엔비디아의 주요 공급 파트너로 자리매김하면서, 2024년 하반기부터 영업이익도 빠르게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정구 카운터포인트 책임연구원은 “삼성의 HBM 판매량은 1분기 바닥을 찍고 2분기부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라며 “점유율 회복을 위해서는 HBM3E 판로 다각화와 함께 엔비디아 품질 인증 테스트 통과가 관건이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엔비디아의 차세대 GPU 아키텍처 루빈에 HBM4를 공급하려면, 고객사가 요구하는 품질 기준과 높은 수율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최근 삼성 파운드리가 테슬라 칩 수주에 성공한 것을 감안하면, 하반기 이후 삼성 전체 실적 개선 가능성도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