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유튜브 광고만 제거 가능한 ‘프리미엄 라이트’ 요금제 출시를 사실상 허용하면서 국내 플랫폼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공정위는 유튜브 뮤직을 프리미엄 요금제에 끼워팔았다는 불공정 거래 의혹을 동의의결로 종결하려 한다. 문제는 이번 조치가 구글에 사실상 면죄부를 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피해를 본 국내 플랫폼 업계는 공정위 눈치를 보느라 반대 의견조차 내지 못하는 분위기다.

/ 챗GPT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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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유튜브의 프리미엄 라이트 요금제 출시가 사실상 확정되면서, 유튜브의 시장 지배력이 더 강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유튜브가 자사 프리미엄 요금제에 유튜브 뮤직을 끼워팔아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했다는 불공정거래 혐의를 받자, 이에 대한 ‘동의의결’ 방식으로 사건을 정리하려는 절차에 들어갔다. 동의의결은 사업자가 자발적으로 개선책을 내놓으면 공정위가 심사와 관계자 의견 수렴을 거쳐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구글은 이에 ▲광고 제거 기능만 제공하는 프리미엄 라이트 요금제 출시 ▲창작자·음악산업 상생 기금 조성 ▲프리미엄 요금제의 결합·재판매 등을 포함한 개선안을 제출했다. 프리미엄 라이트는 기존 프리미엄 요금제와 달리 백그라운드 재생, PIP(화면 속 화면) 재생, 유튜브 뮤직 기능이 제외된다. 광고 제거 기능만 제공하면서도 요금은 안드로이드 기준 월 8500원, 애플 iOS 기준 월 1만900원으로 책정됐다.

소비자 선택권 확대했나

공정위는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하는 개선안”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실제 효과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유튜브 프리미엄의 기능 축소형 상품을 추가로 내놓았을 뿐 우리나라 음원 플랫폼 이용자를 유인하거나 시장을 복원할 유의미한 조치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오히려 유튜브의 락인 효과만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상생기금 규모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글이 내놓은 상생안에는 총 300억원 규모의 기금이 포함됐다. 이 가운데 150억원은 창작자와 음악산업 지원 프로그램에 쓰이고, 나머지 150억원은 소비자 할인 혜택으로 제공된다.

할인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신규 또는 기존 프리미엄 라이트 이용자에게 2개월 무료 이용권을 제공하는 방식(75억원 규모)이고, 다른 하나는 국내 음원 서비스와 결합 요금제를 구성해 소비자에게 할인 혜택을 주는 방식(75억원 규모)이다.

그러나 이런 결합 요금제가 실제로 출시될지는 불투명하다. 현재 국내 주요 음원 플랫폼(멜론, 지니, 플로 등)과 구체적인 협의 결과도 없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멜론의 최저 요금제(모바일 스트리밍 클럽, 월 6900원)를 프리미엄 라이트(8500원)와 결합하면 총 월 1만5400원이 된다. 기존 유튜브 프리미엄 단독 요금(1만4900원)보다 오히려 비싸다. 거기에 백그라운드 재생 같은 부가 기능도 없다. 소비자 입장에서 굳이 결합 요금제를 선택할 유인이 떨어진다.

공정위는 기금 규모는 고정됐으며, 향후 늘어나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할인 혜택의 실효성도 시장에서 검증되지 않았다.

속앓이하는 韓 플랫폼 업계

국내 기업들은 속으로만 앓는 모양새다. 유튜브 프리미엄으로 인해 이미 많은 이용자가 유튜브 뮤직으로 이탈한 상태라 되찾아오기 어려워서다. 여기에 동의의결안 반대의견을 내기도 힘들다. 기업들이 혹시라도 공정거래위원회에 밉보일까봐 걱정하고 있어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종적으로 동의의결을 기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김문식 국장은 브리핑 당시 “이론적으로 이해관계인 의견수렴 결과와 최종 전원회의 심의에서 동의의결안 내용이 수정 또는 기각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며 “하지만 저희가 구글과 최선을 다해 협의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 눈치를 살피는 국내 기업이 공정거래위원회가 최선을 다해 협의한 내용에 반대하기는 힘들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내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업계만 공정거래위원회를 어려워하는 것도 아니다. 복수의 국내 기업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원회 눈치를 안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