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 협상에서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이 최종 의제에서 빠지면서 국내 플랫폼 업계가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하지만 긴장은 여전하다. 정부가 미국의 반발을 의식해 글로벌 빅테크 규제를 미루고, 대신 국내 플랫폼을 대상으로 한 단계적 규제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첫 타깃은 배달의민족·쿠팡이츠 등 배달 플랫폼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핵심은 수수료 상한제 도입 여부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온플법의 포괄적 추진이 어려워진 만큼 국내 플랫폼 규제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내수 활성화를 최우선 국정 기조로 삼고 있는 만큼 배달 플랫폼의 수수료 상한제 도입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수수료 상한제는 이재명 정부의 10대 공약 사항 중 하나다. 이 제도는 자영업자가 플랫폼(배달앱)을 통해 음식을 판매할 때 부담하는 총 수수료에 일정한 상한선을 두는 것이 핵심이다. 배달비와 중개수수료, 결제수수료 등 포함되며 업계에서 추정하는 기준은 주문금액의 15% 이내다.
상한제 도입 주장의 배경에는 경기침체와 맞물려 가중되고 있는 자영업자의 고통에 있다. 현재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등은 음식 가격의 2.0~7.8%를 중개 수수료로 가져간다. 그러나 자영업자들은 건당 배달비 약 3400원을 합치면 음식값의 40%가 배달비로 빠져나가 상한선을 정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수수료를 낮추면 배달비가 늘어나 자영업자의 생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상한제 도입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배달 플랫폼 업계는 인위적인 수수료 상한이 시장의 자율성을 해치고, 결국 서비스 품질 저하와 소비자 혜택 축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반발한다. 배달을 생업으로 삼는 라이더 역시 수수료 총량이 줄면 배달 수익이 감소해 생계에 막대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갈등이 격화되면서 더불어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 중재로 열린 상생안의 중간 합의도 이르지 못했다. 1만원 이하, 1만원 초과~1만5000원 이하 주문에 각각 중개 수수료 면제 및 배달비 차등 지원, 중개 수수료 차등 지원 등의 내용이 담겼지만, 마감 시한인 7월까지도 배달 플랫폼사와 소상공인 단체는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결국 공은 국회로 넘어가는 분위기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당초 7월에 다룰 예정이던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 관련 논의를 다음달로 넘겼다. 이르면 8월 중으로 온플법에 포함될 지, 혹은 별도 법안으로 추진될지 그 입법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플랫폼 수수료는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으로 정부가 인위적으로 상한을 정하는 것은 시장을 통제하겠다는 의미로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이 얽혀있는 만큼 부작용이 클 것이다”라며 “정부의 직접 개입보단 민간에서 충분한 자율적인 논의를 거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천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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