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들이 서민금융 지원을 강화하며 ‘포용금융’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케이뱅크·카카오뱅크·토스뱅크 등 3사는 최근 중저신용자와 자영업자, 금융취약계층을 겨냥한 맞춤형 금융상품을 잇따라 선보이며 디지털 기반 은행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고 있다.

2일 인터넷 전문은행 업계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지난달 31일 최저신용자도 제1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정책금융상품 ‘햇살론15’를 출시했다. 연소득 3500만원 이하 또는 개인신용 하위 20% 이하에 해당하는 고객이 서민금융진흥원 보증 승인을 받으면 최대 2000만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고정금리는 연 15.9%지만, 성실 상환 시 3년 만기 기준 매년 3.0%포인트씩 금리가 감면돼 실제 이자 부담은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든다.

햇살론15는 케이뱅크의 서민금융상품 라인업 중 하나다. 케이뱅크는 올 상반기에 폐업자 또는 폐업 예정 소상공인을 위한 ‘폐업지원대환대출’, ‘리스타트대출’을 차례로 선보이며 자영업자의 재기 지원에도 나섰다. 해당 상품은 기존 사업자 대출을 장기 분할상환이 가능한 저금리 가계대출로 전환해 폐업 이후에도 안정적으로 상환할 수 있도록 돕는다.

카카오뱅크도 중신용자 대상 대출 확대에 앞장서고 있다. 대표적인 상품은 ‘중신용대출’이다. 지난해 말 기준 카카오뱅크의 전체 신용대출에서 중저신용자 비중은 약 30%를 넘어섰으며, 중신용대출 취급액은 2021년 9000억원 수준에서 올해는 2조원대까지 확대됐다. 카카오뱅크는 자체 신용평가모형(CSS)을 활용해 신용점수는 낮지만 상환 능력이 있는 고객에게 문턱을 낮췄고, 중도상환수수료 없는 구조로 실질적인 자금 운용 유연성을 높였다.

토스뱅크는 창립 초기부터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를 주요 전략으로 삼아왔다. 실제 토스뱅크는 인터넷은행 중 유일하게 1년 만에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 30%를 넘겼고, 2023년 하반기에는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액이 전체의 40%를 상회하기도 했다. 이는 자체 신용평가모형 고도화와 ‘행동 기반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위험관리 역량 덕분이다.

특히 주목할 상품은 ‘사잇돌중금리대출’이다. 서울보증보험 보증을 기반으로 최대 2000만원까지 대출 가능한 이 상품은, 신용점수 600점대 중반 고객도 대출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또 토스뱅크는 중도상환수수료를 전면 폐지하고, 이자 납입일을 고객이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금융 사용자의 편의성도 적극 반영하고 있다.

인터넷은행 3사의 이 같은 행보는 당국의 금융 포용 기조와도 궤를 같이한다. 금융당국은 최근 인터넷은행에 대해 “중저신용자 대상 자금 공급 확대라는 설립 취지를 적극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으며, 각 은행도 CSS 고도화와 정부 보증상품 연계를 통해 정책적 역할 수행을 강화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은 오프라인 지점 없이도 폭넓은 계층을 지원할 수 있는 데이터 기반 금융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서민과 소상공인을 위한 촘촘한 상품 설계와 민첩한 공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향후 포용금융 주체로서의 역할이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재희 기자
one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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