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앱은 크게 매물 정보를 제공하는 플랫폼과 매물을 소개하는 플랫폼으로 나뉩니다. 앱에서 비대면으로 임대차 계약까지 가능한 곳은 저희뿐이에요.”

보통 부동산 플랫폼은 호갱노노처럼 시세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와 네이버·직방·다방처럼 공인중개사가 올린 매물을 수요자가 확인하는 서비스로 나뉜다. 임대차 계약은 대개 임대인과 임차인이 부동산 사무소에서 만나 체결하지만, 삼삼엠투는 이 과정을 온라인 비대면으로 전환한다.

박형준 스페이스브이 대표는 부동산 단기임대 거래 플랫폼 ‘삼삼엠투’를 시작한 이유로 시장 개선을 꼽았다. 삼삼엠투의 강점은 앱 안에서 임대차 계약까지 지원한다는 점이다. 스페이스브이는 부동산 중개 관련 사업을 하던 박형준 대표가 2018년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삼삼엠투는 2019년 출시된 플랫폼으로 온라인 비대면 임대차 계약 체결까지 지원한다. IT조선은 박형준 대표를 만나 부동산 단기임대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박형준 스페이스브이 대표가 IT조선과 인터뷰하고 있다. / 스페이스브이
박형준 스페이스브이 대표가 IT조선과 인터뷰하고 있다. / 스페이스브이

단기임대 시장 못 큰 이유는 ‘귀찮음’

집을 구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듯, 네이버부동산·직방·다방 등 부동산 거래 플랫폼은 이미 다양하다. 이런 플랫폼에서도 단기임대 매물은 쉽게 찾을 수 있다. 단기임대 수요도 다양하다. 인테리어 공사로 몇 주 다른 곳에 머물러야 하는 이들이나 출장, 한달살기 등으로 잠깐 살 곳이 필요한 사람들, 방학 동안 고향으로 돌아가는 대학생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단기임대 시장은 크게 성장하지 못했다. 스페이스브이는 이 점을 파고들었다. 박형준 대표는 "단기임대 시장이 성장하지 못한 이유는 공급 불안정 때문이다"라며 "스페이스브이가 보증금을 33만원으로 고정하고 온라인 비대면 계약 체결을 지원하는 것도 공급 안정을 위한 전략이다"라고 설명했다.

공급 불안정의 가장 큰 원인은 임대인의 ‘귀찮음’이다. 보통 임대차 계약은 2년이 일반적이고, 원룸 월세의 경우 1년짜리 계약이 많아도 기본은 연 단위다. 반면 단기임대는 몇 주, 1~3개월 단위 계약이 많다. 임대인은 매번 방을 보여주고 계약서를 작성하며, 퇴거 시 보증금을 돌려줘야 한다. 1~2년 단위 계약이면 드물게 할 일을 단기임대에선 자주 반복해야 한다. 공급이 부족했던 이유다.

유통 불안정은 입주와 퇴거 과정에서 자주 발생하는 임대인과 임차인 간 분쟁을 의미한다. 보증금 문제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반려동물을 들여와 벽지를 훼손했다면, 임대인은 원상복구 비용을 제하고 보증금을 반환한다. 임차인이 순순히 인정하면 문제가 없지만 “원래 훼손돼 있었다”고 반발할 수도 있다. 반대로 임차인이 원상태로 사용했는데 임대인이 억울하게 잘못을 씌울 수도 있다. 단기임대가 잦아질수록 이런 번거로움과 갈등이 늘어난다.

박형준 대표가 삼삼엠투로 해결하려는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다. 굳이 삼삼엠투에 매물을 올리지 않아도 되는 임대인들이 삼삼엠투를 쓰도록 만드는 게 관건이었다.

박 대표는 임대인 확보를 위해 대학가 전봇대나 나무에 붙은 방 임대 전단지 연락처까지 포함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활용해 임대인에게 연락했다고 설명했다. 임대차 계약은 반드시 대면으로 해야 한다는 인식을 바꾸는 과정도 필요했다. 임차 수요는 이미 충분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비대면 부동산 계약 시도가 스페이스브이가 처음은 아니지만 해결해야 할 두 가지 안전 문제가 있었다”며 “첫째는 계약금을 받아놓고 잠적하는 사기 방지, 둘째는 임대인에게 맡긴 큰 보증금이 제때 반환될지 알 수 없는 불확실성 제거였다”고 말했다.

보증금 33만원 고정…월세까지 에스크로

삼삼엠투의 작동 방식은 독특하다. 단기임대 특성상 보증금 규모가 크지 않은데, 삼삼엠투 매물의 보증금은 33만원으로 고정된다. 이 보증금은 스페이스브이가 보관한다. 임대인 통장에 입금됐다가 반환되는 방식이 아니다.

월세도 먼저 스페이스브이가 보관한다. 에스크로 서비스다. 월세는 입주가 정상적으로 이뤄졌을 때 임대인에게 지급되며, 보증금은 퇴거가 정상적으로 이뤄졌을 때 임차인에게 반환된다.

박 대표는 “계약 체결 자체보다 그 계약이 제대로 이행되는 게 중요하다”며 “보증금을 낮추고 금액을 고정했으며, 임대인에게 직접 입금됐다 반환되는 구조가 아니다 보니 임대인들의 불만이 있었지만 밀어붙였다”고 말했다.

보증금을 33만원으로 정한 이유는 서비스명이 ‘삼삼엠투(33M2)’이기 때문이다. 이는 10평, 즉 33㎡를 의미한다. 스페이스브이는 보증금과 월세 에스크로를 도입하며 임대인에게 단기임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수요는 이미 충분했기 때문에 공급 확대가 핵심이었다. 특히 다주택 임대인에게는 전세·월세뿐 아니라 단기임대를 병행해야 공실률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알렸다.

박 대표는 “단기임대는 일반 임대보다 기간이 짧지만 임대료는 서울 기준으로 20~30% 높고, 공실률도 줄일 수 있다”며 “임대인의 귀찮음을 해결하는 게 핵심이었다. 일반 월세 계약만 해도 방을 보여주고 계약하는 과정에서 오프라인 미팅을 10번 이상 해야 하는데, 단기임대를 온라인 비대면으로 전환하니 계약당 소요되는 시간과 수고가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노력은 성과로 이어졌다. 삼삼엠투는 지난해 약 7만건의 계약이 이뤄졌다. 박 대표는 올해 이 수치가 3배쯤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7월 계약 건수만 약 1만5000건에 달했다.

박 대표는 “단기임대 특성상 좋은 집을 구하기 위해 발품을 파는 비중은 낮다”며 “요즘은 플랫폼에 올라온 사진만 보고도 집의 구조와 크기를 잘 가늠한다”고 설명했다.

사회적 효익 노린다

스페이스브이의 단기 목표는 삼삼엠투 인지도 확대다. 단기임대라는 임대차 계약 형태는 집을 내놓거나 구해본 경험이 없으면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삼삼엠투 확산을 통해 단기임대 시장을 키우는 동시에 사회적 효익도 창출할 수 있다고 본다.

그는 “새로운 지역에 정착하고 싶어도 결심하고 실행하는 게 쉽지 않다”며 “한 달만 미리 살아볼 수 있다면 완충 역할이 가능하다. 귀농·귀촌을 위해 집을 지어놓고도 정착하지 못해 도시로 돌아오는 이들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