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관세 폭탄’ 여파로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이 급감하는 가운데, 26일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철강·알루미늄 관세 완화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철강업계는 당분간 관세 충격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다만 미국이 다른 국가와 철강·알루미늄 관세 문제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진전이 있을 경우 한국에도 긍정적인 논의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는 철강 기업인이 동행하지 않았다. 당초 업계에서는 한·미 조선업 협력안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를 협상 카드로 활용해 관세 완화 논의가 진행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한국철강협회장을 맡고 있는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경제사절단 명단에 포함되지 못하면서, 정상회담에서 철강·알루미늄 관세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철강업계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지난 7월 한·미 관세 협상에서 상호 관세가 15%로 조정됐지만,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품목별 관세는 여전히 50%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철강업계는 하반기 들어 본격적인 관세 충격을 받고 있다. 계약과 출하 사이에 보통 3~4개월 시차가 발생하는 만큼 3월에 부과된 25% 관세가 이미 반영됐고, 6월부터 적용된 50% 관세도 수출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 대미 철강 수출액은 2억8341만달러로 전년 동월(3억8255만달러) 대비 25.9% 감소했다. 이는 2023년 1월 이후 2년 6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폭이며, 수출액 기준으로는 2021년 3월 이후 4년 4개월 만에 최저치다.
수출 물량도 20% 이상 줄었다. 한국철강협회가 8월 1일 집계한 7월 대미 수출량은 18만8439톤(t)으로, 전년 동월(24만72t) 대비 21.5% 감소했다. 대미 수출량이 20만t 밑으로 떨어진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다. 계약·출하 시차를 고려하면 감소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철강업계는 당분간 철강·알루미늄 관세 협상이 이뤄지지 않아 50% 관세율이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협상을 진행 중인 다른 국가들의 상황을 주목하고 있다. 미국이 유럽연합(EU), 영국, 멕시코 등과 합의를 이끌어낼 경우 한국에도 협상의 기회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한아름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철강·알루미늄 관세 협상이 쉽지 않아 보인다”면서도 “미국이 멕시코와 철강 제품 쿼터제 도입을 논의하는 등, 협의가 진행 중인 국가와 합의가 성사되면 한국도 협상을 시도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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