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과 명동 일대가 LED 기반 디지털 사이니지 격전지로 떠오른다. 2024년 정부가 이 지역을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으로 새롭게 지정하면서, 크기와 모양 제한 없이 광고물을 설치할 수 있게 된 데 따른 것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앞다퉈 디지털 사이니지를 공급하며 치열한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 외벽에 설치된 디지털 사이니지 / 이광영 기자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 외벽에 설치된 디지털 사이니지 / 이광영 기자

광화문 핵심 빌딩 외벽 장악한 LG전자

LG전자는 올해 3월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 외벽에 약 1200㎡ 규모의 디지털 사이니지를 설치했다. 농구장 3개 면적에 해당하는 사이니지에선 LG전자 가전을 비롯해 명품 브랜드, 화장품 등의 영상 광고가 나오고 있다.

LG전자는 8월 중 명동 교원 내외빌딩(약 1700㎡), 9월에는 동아미디어센터 건물(약 3000㎡)에 대형 사이니지 설치를 순차적으로 완료한다.

앞서 LG전자는 삼성동 파르나스타워 앞에 높이 26m 양면형 사이니지 타워를 세웠다.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서울대병원, SM엔터테인먼트 본사에도 OLED·LED 사이니지를 공급했다. 특히 4월 13일부터 10월 13일까지 일본 오사카 유메시마에서 열리는 2025 오사카·간사이 만국박람회에선 ‘한국관의 얼굴’ 역할을 하는 대형 미디어 파사드에 디지털 사이니지 기술을 녹였다.

LG전자는 전체 매출에서 B2B 사업 비중을 2024년 35%에서 2030년에 45%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다. 특히 디지털 사이니지는 전장, 냉난방공조(HVAC) 등과 함께 조주완 LG전자 사장이 제시한 목표를 뒷받침할 B2B 사업 중 하나로 꼽힌다.

2024년 11월 서울 중구 신세계스퀘어 본관에서 상영한 '갤럭시Z 폴드 스페셜 에디션' 디지털 옥외 광고 / 삼성전자
2024년 11월 서울 중구 신세계스퀘어 본관에서 상영한 '갤럭시Z 폴드 스페셜 에디션' 디지털 옥외 광고 / 삼성전자

삼성전자, 명동 신세계 이어 광화문 KT '랜드마크' 구축

삼성전자는 2024년 11월 명동 신세계백화점 본점 외벽에 1285㎡ 규모 디지털 사이니지를 설치했다. 가로 71.8m, 세로 17.9m 크기로 건물 전면을 감싼 사이니지에는 HDR10+, 7680㎐ 주사율 등 최신 기술이 적용됐다. 백화점 미디어 파사드와 연계해 연말 크리스마스 시즌에 화려한 퍼포먼스를 구현하며, 삼성전자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갤럭시 시리즈 광고도 이곳에서 송출됐다.

삼성전자는 또 광화문 KT 웨스트 사옥 외벽에 ‘KT 웨스트 미디어 월(가칭)’을 설치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기술로 완성되는 KT 웨스트 미디어 월은 KT의 프로그래매틱 옥외 광고 플랫폼 ‘바로광고’와 연동된다. 유동인구 데이터 기반 타겟팅과 몰입형 광고 송출이 가능하도록 설계된다.

앞서 삼성전자는 삼성동 코엑스 SM타운 외벽에 곡면형 사이니지를 설치하며 국내 옥외광고 자유표시구역의 상징적 매체를 구축했다. 여의도 더현대 서울, 인천 인스파이어 리조트에도 자사 사이니지를 공급하며 유통·엔터테인먼트 공간까지 확장 중이다.

광화문광장에서 바라본 도심 전경. KT 신규 사옥과 동아일보 사옥에 디지털 사이니지 공사가 한참이다. / IT조선
광화문광장에서 바라본 도심 전경. KT 신규 사옥과 동아일보 사옥에 디지털 사이니지 공사가 한참이다. / IT조선

TV·가전 정체…새 먹거리로 부상한 디지털 사이니지

B2C 중심의 TV·가전 사업 성장세가 둔화한 가운데 디지털 사이니지는 양사에 새로운 수익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통합 콘텐츠 운영 플랫폼 ‘삼성 VXT’를, LG전자는 상업용 디스플레이 광고 솔루션 ‘LG DOOH Ads’를 각각 도입해 사이니지 운영과 광고 송출까지 직접 관리하는 B2B 생태계를 강화 중이다.

삼성 VXT는 기존 서버 기반의 디지털 사이니지의 운영·관리 소프트웨어인 매직인포를 고도화해 클라우드 기반으로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매장 내 제품 홍보, 할인 이벤트, 광고 영상, 환영 메시지 등 다양한 콘텐츠를 쉽고 간편하게 제작·관리할 수 있다.

LG DOOH Ads는 B2B 고객에게 디스플레이 관리는 물론 광고를 통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LG DOOH Ads는 사이니지와 같은 상업용 디스플레이를 운영하는 사업자가 별도로 광고주를 찾는 절차 없이 사전에 가격, 광고 영역, 지역 등 조건만 설정하면 맞춤 광고를 매칭해줘 편리하다. 고객이 직접 수주한 광고 역시 송출 가능하다.

옥외광고 규제 완화와 디지털 전환 흐름에 따라 국내외 초대형 사이니지 수요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포천비즈니스인사이트는 세계 디지털 사이니지 시장 규모가 2018년 197억8000만달러(약 26조원)에서 2026년 359억4000만달러(약 46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