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컬리와 손잡고 신선식품 새벽배송에 나섰다. AI를 앞세워 쿠팡과 격차를 좁히겠다는 전략이다.
네이버는 9월 1일부터 컬리의 물류 자회사 넥스트마일과 협업해 수도권 지역 70%쯤에 새벽배송을 시작했다. 앞서 3월부터는 AI 쇼핑앱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를 별도 앱으로 출시하면서 오늘배송 등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의 배송 혜택도 강화했다. 배송 관련 협력사도 CJ대한통운, 한진택배, 컬리 등으로 늘렸다. 네이버는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1시간 내로 배송하는 퀵커머스 서비스 ‘지금배달’도 제공 중이다.
이는 쿠팡과 점유율 격차를 좁히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통계청이 집계한 지난해 온라인 쇼핑몰 거래액 기준 시장 점유율은 쿠팡 22.7%, 네이버 20.7%다. 2%p 차이에 불과하다. 와이즈앱·리테일이 추산한 총거래액(GMV)을 기준으로 봐도 지난해 쿠팡 55조861억원에 비견할 커머스 플랫폼은 네이버(50조3000억원)뿐이다. G마켓은 14조원, 11번가는 7조원, 알리익스프레스가 3조7000억원쯤에 불과하다.
이런 격차를 줄이기 위해 네이버는 다양한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다. 네이버는 쿠팡 와우 멤버십에 대응하기 위해 넷플릭스와 콘텐츠 제휴, 네이버페이 적립혜택, 오늘배송을 비롯한 각종 배송 혜택, 펫 바우처 등 특화 서비스 등의 혜택을 추가했다. 네이버는 쿠팡의 와우 멤버십 혜택과 비슷한 혜택을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에 제공한다.
여기에 네이버는 차별화 요소로 AI를 내세웠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연내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에 AI 에이전트를 도입하기로 했다. 네이버의 거대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가 접목된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는 AI를 이용해 검색·추천·구매·재구매 등 커머스 경험을 설계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네이버의 AI와 쇼핑의 결합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는 시점이다. 네이버 커머스 사업은 네이버가 차별화 요소로 정한 AI 에이전트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판매자·구매자를 붙잡을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AI 투자는 막대한 연구개발비가 수반된다. 또 쿠팡 대신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를 사용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집행하는 대규모 마케팅 비용도 회수해야 한다. 네이버는 올해 1분기에만 마케팅비 430억2000만원을 집행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17.1% 증가한 규모다. 네이버플러스 스토어가 본격적으로 서비스된 2분기 마케팅비는 전년 동기 대비 31.5% 늘어난 482억4000만원의 마케팅비를 사용했다.
강석오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네이버의 커머스는 2분기 견조한 성장을 보였지만 전분기 플러스 스토어 관련 대규모 마케팅 집행으로 수익성이 소폭 감소했다”며 “컬리와 협업 등으로 대규모 마케팅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네이버의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출시와 수수료 인상 전략은 주당순이익(EPS)를 높일 수 있지만 향후 이용자 이용률을 보장하지 못한다”며 “네이버만을 써야하는 매력적인 콘텐츠나 AI 생태계를 형성하지 못하면 EPS가 성장해도 기업가치 축소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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