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카카오가 2분기 나란히 호실적을 기록하며 한국 대표 빅테크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다만 두 회사는 처한 상황이 다른 만큼 호실적을 내기 위한 방법과 방향이 달랐다. 

/ 챗GPT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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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R&D 확대하며 글로벌 도전

네이버는 올해 2분기 전년 동기 대비 11.7% 증가한 2조915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0.3% 늘어난 5216억원이다. 네이버가 3월 별도 앱으로 출시한 AI 쇼핑앱 ‘네이버플러스 스토어’가 실적을 견인했다.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출시 후 커머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8%, 간편결제 등 핀테크 매출은 11.7% 증가했다.

매출이 꾸준히 성장하면서 연구개발(R&D) 투자도 늘었다. 네이버의 올해 상반기 연구개발비는 1조386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5.5% 증가한 수치다.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은 18.2%로 지난해 상반기(17.5%)보다 0.7%포인트 높아졌다.

네이버는 특히 AI를 서비스 전반에 접목하는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네이버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하는 국가 AI 파운데이션 모델 구축사업 정예팀으로 선정된 5개 컨소시엄 중 하나이기도 하다.

네이버의 호실적과 공격적인 투자 배경에는 이해진 창업자의 경영 복귀가 있다. 이해진 의장은 3월 주주총회를 통해 7년 만에 경영 일선으로 돌아왔다. 현재 네이버는 이해진 의장을 필두로 최수연 대표, 김남선 글로벌 전략투자 대표(미주 담당), 채선주 글로벌 전략사업 대표(중동 담당), 최인혁 테크비즈니스부문 대표(인도·유럽 담당)가 함께 내외수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네이버의 중점 사업 중 하나는 개인 간 중고거래(C2C) 플랫폼이다. 네이버는 한국(크림), 일본(소다), 북미(포시마크), 유럽(왈라팝)에 C2C 플랫폼 거점을 마련했다. 이 플랫폼에서 모이는 데이터는 최근 신설된 김범준 최고운영책임자(COO) 산하 데이터전략·운영센터(DSOC)가 통합 관리한다.

네이버, 카카오 연구개발비용 및 누적 매출 추이. / 각 사 반기보고서 정리
네이버, 카카오 연구개발비용 및 누적 매출 추이. / 각 사 반기보고서 정리

위기 속 새 판 짜는 카카오

카카오는 상황이 녹록지 않다. 지난해 3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매출이 3분기 연속 감소했다. 올해 2분기 역대 2분기 최고 실적을 경신할 수 있었던 건 비용 효율화를 통한 체질 개선 덕분이었다. 카카오의 2분기 연결 매출은 전년 대비 1.2% 증가한 2조283억원, 영업이익은 38.8% 늘어난 1859억원을 기록했다. 증권가에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성장을 예상했지만 결과는 이를 뒤집었다.

매출 감소가 이어진 영향으로 연구개발 여력은 줄었다. 카카오의 올해 상반기 연구개발비는 전년 동기 대비 소폭 감소한 6374억원이다.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규모만 보면 네이버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카카오가 AI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려면 적자를 감수하거나 단기적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해야 한다.

정신아 대표는 8월 7일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카카오톡에 AI를 접목해 국내 B2C AI 서비스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그는 특히 카카오가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오픈AI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해 내놓는 상품(서비스)을 “다음 실적발표 전 모두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출시 시점까지 못박았다. 이 상품은 9월 열리는 카카오 개발자 콘퍼런스 ‘이프 카카오(if kakao)’에서 선공개될 예정이다.

정 대표가 구체적인 비전을 발표한 건 시장에 기대감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카카오는 2023년 12월 정신아 대표가 내정된 뒤 김범수 창업자의 사법 리스크와 실적 부진이 겹쳤다. 올해 3월에는 김 창업자가 투병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카카오 그룹 전체를 홀로 이끌어야 하는 정신아 대표에게 색다른 전략 없이는 반전이 어려운 상황이다.

정신아 대표는 “모바일 시대 다양한 생태계를 성공적으로 구축한 카카오가 올해 모바일 생태계에서 가장 압도적인 플랫폼 위에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첫 번째 B2C AI 서비스를 출시하겠다”며 “하반기를 기점으로 모두의 일상을 혁신하고 AI 기반 사회로의 전환을 보다 빠르게 이끌겠다”고 말했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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