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220조원 규모로 성장하며 투자 트렌드를 빠르게 바꿔 놓고 있습니다. 연금을 비롯해 주요 재테크 상품으로 ETF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게 됐습니다. IT조선은 이러한 흐름에 맞춰 국내 ETF 최고 전문가인 최창규 미래에셋자산운용 ETF리서치본부장의 고정 기고를 시작합니다. 깊이 있는 분석을 통해 ETF 시장의 핵심을 짚어 줄 것입니다. [편집자주]
국내 ETF 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커버드콜 ETF의 급성장이다. 월말이나 15일을 기점으로 매월 분배금을 제공하는 한편, 시장 변동성을 완화해준다는 특성이 인기의 비결이다. 이로 인해 은퇴자와 인컴 중심의 투자자, 그리고 현금흐름에 무게를 두는 투자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9월 3일 기준 커버드콜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한 결과 46개의 ETF와 11조원을 상회하는 순자산을 기록 중이다.
이제 커버드콜 ETF의 숙제는 '선택'이다. 어떤 기준으로 좋은 커버드콜 ETF를 고를 것인지가 핵심 과제가 됐다. 먼저 커버드콜의 기본 개념부터 숙지하면 좋다.
커버드콜은 주식이나 ETF를 보유하면서 동시에 해당 기초자산의 콜옵션을 매도하는 전략이다. 쉽게 말해 기초자산의 상승에 따른 수익을 포기하는 대신 인컴을 확보하는 방법이다. 기초자산이 급등하면 상승분은 제한되지만, 박스권이나 소폭 하락장에서는 커버드콜에서 발생하는 옵션 프리미엄이 '보호막' 역할을 한다. 급락 국면에서는 하방 위험을 피할 수 없고, 강세장에서는 수익이 제한된다는 점은 반드시 유념해야 한다.
좋은 커버드콜 ETF를 고를 때 필요한 세 가지 기준은 다음과 같다.
첫째, 기초자산을 잘 골라야 한다. 안정성을 원한다면 S&P500과 나스닥100 그리고 KOSPI 200과 같은 대표지수가 가장 무난하다. 여기에 분배에 무게를 둔다면 SCHD와 고배당주 등을 선택하면 된다. 반면 테슬라와 엔비디아 등 개별 종목형 커버드콜 ETF는 프리미엄 수익 기회는 크지만 변동성 위험도 크다. 금과 채권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커버드콜 ETF는 자산의 분산 차원에서 의미가 있을 수 있다.
둘째, 옵션 매도 행사가와 비율을 꼼꼼히 봐야 한다. ATM(등가격)이나 OTM(외가격) 행사가를 매도하는 방식부터 목표하는 프리미엄에 맞춘 “타겟형” 그리고 옵션 매도 비율을 미리 정한 “고정형”까지 너무나 다양하다. 이러한 변화는 커버드콜의 한계인 상방 제한을 개선하고자 옵션 매도의 비중을 낮춘 노력의 결과이다. 그리고 사용하는 옵션의 만기도 데일리(Daily)부터 위클리(Weekly) 그리고 먼쓰리(Monthly)까지 존재한다.
셋째, 분배율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커버드콜 ETF에서 발생하는 분배금은 기초자산에서 발생하는 배당과 이자 그리고 옵션의 프리미엄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를 합산해 투자자들에게 분배금으로 돌려주는 구조이다. ETF의 분배는 분배락을 동반하기 때문에 단순히 분배율이 높다고 해서 좋은 커버드콜 ETF는 아니다. 높은 분배율을 추구하면 오히려 수익률이 낮은 커버드콜 ETF를 고르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설명해보겠다. 1만원 주가의 커버드콜 ETF가 기초자산의 가격 변화 없이 1월부터 100원의 분배를 줬다면 12월에 해당 ETF 주가는 8900원이 될 것이다. 이 경우 연분배율은 무려 13.48%나 되지만 주가는 11% 하락이다.
결국 좋은 커버드콜 ETF를 고르기 위해서는 먼저 투자의 목적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 그리고 리스크 허용 범위를 확실히 잡아야 한다. 안정적인 월배당이 목표라면 기초자산을 대표 지수나 SCHD(슈왑미국배당주) 또는 한국 배당주 정도가 적합하다. 기초자산의 상승과 높은 월배당을 노린다면 개별 종목형이나 반도체나 AI와 같은 테마형을 기초자산으로 한 커버드콜 ETF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자산 분산 효과를 고려한다면 금과 채권을 기초한 커버드콜 ETF도 고려할 만하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분배율이 높다”는 숫자에만 주목하지 않는 것이다. 커버드콜 ETF는 시장 상황에 따라 성격이 크게 달라진다. 따라서 전체적인 자산 관리의 차원에서 본인이 원하는 현금흐름 형태와 시장이 줄 수 있는 기대수익과 위험의 균형을 정의해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커버드콜 ETF를 포함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한다면, 커버드콜 ETF는 단순한 고배당 자산이 아니라 포트폴리오 전체를 안정시키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최창규 미래에셋자산운용 ETF리서치본부장은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 애널리스트를 거쳐 삼성자산운용 ETF컨설팅본부장을 지냈고, 현재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ETF리서치본부를 총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