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지아주 현대차-LG엔솔 배터리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근로자 집단 구금 사태가 3일 만에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다. 정부는 이들을 자진 출국 방식으로 귀국시키기로 미국과 협의했다. 하지만 무비자 입국 관행이 사실상 차단되면서, 미국에 공장을 짓는 국내 기업들 사이에 비자 리스크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 ICE(U.S. Immigration and Customs Enforcement)가 조지아주 내 현대자동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직원 300여 명을 기습 단속·구금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 ICE홈페이지. 뉴스1
미국 이민세관단속국 ICE(U.S. Immigration and Customs Enforcement)가 조지아주 내 현대자동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직원 300여 명을 기습 단속·구금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 ICE홈페이지. 뉴스1

자진 출국 수순…비자 리스크에 기업 '비상'

8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미국 이민당국 구금시설에 수용 중인 한국인 약 300명을 자진 출국 형태로 귀국시키기로 하고 미국 측과 협의를 마쳤다. 이르면 10일 전세기를 투입해 행정 절차가 끝난 이들을 일괄 송환할 예정이다.

이번 사태로 미국에 투자한 한국 기업들의 긴장감은 커졌다. 무비자 전자여행허가(ESTA)를 활용한 출장을 미국 당국이 강경하게 단속하면서 비자 발급 지연을 우회하던 관행이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 미국 공장 착공을 앞둔 일부 기업은 공사 일정 연기를 검토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대차와 함께 6조원을 투입해 건설 중인 배터리 합작공장 공사를 전면 중단했다. 이 공장은 2026년 초 연간 30만대 분량의 배터리셀을 생산할 예정이었다. 회사는 본사 직원의 미국 출장을 전면 중단했고, 현지 출장자는 숙소 대기 또는 즉시 귀국 조치를 취했다.

배터리·반도체 업계도 ‘비자 리스크’ 예의주시

다른 배터리 기업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마찬가지로 미국현지에서 대규모 투자와 함께 신규 공장을 짓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와 함께 인디애나주에서 합작공장을 가동 중이다. SK온은 현대차와 조지아주에 배터리 합작공장(HMG북미 JV)을 건설 중이며, 2025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포드와는 블루오벌SK 합작법인을 세워 켄터키·테네시주에 총 3개의 공장을 짓고 있다. 이 역시 내년 가동이 목표다.

반도체 업계도 비자 문제 재발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생산시설을 짓고 있으며,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에서 반도체 패키징 공장 착공을 준비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아직 착공 전 단계이며, 트럼프 정부의 움직임을 신중하게 지켜보고 있다.

“공장 건설에는 숙련 인력 필수…외교 해결 필요”

업계는 비자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 간 외교 노력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현재 한국에는 엔지니어·기술자를 위한 별도 전문직 비자 쿼터가 없어, 미국 입국 시 반복적으로 제약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현지 고용 확대를 원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공장 건설과 장비 반입에는 숙련된 한국 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현지 인력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건설 완료 후에는 현지인 채용이 가능하겠지만, 공사 단계에서조차 비자 문제로 제재를 가한 이번 사례는 매우 이례적”이라며 “장비 설치와 기술 전수는 경험 있는 전문가가 맡아야 하므로, 정부가 외교적으로 유연한 협조를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