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사가 글로벌 흥행을 겨냥해 인기 애니메이션 IP를 앞세운 신작 개발에 나섰다. 검증된 팬덤을 바탕으로 초기 흥행을 노리고, 마케팅 비용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 선택으로 평가된다.

/ 챗GPT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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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업계에 따르면 넷마블은 누적 5500만부 이상 판매된 인기 만화를 기반으로 한 오픈월드 게임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을 개발 중이다. NHN은 일본 애니메이션 ‘최애의 아이’ IP를 활용한 퍼즐 게임을, 컴투스는 ‘도원암귀’를 원작으로 한 액션 RPG를 각각 준비하고 있다.

넷마블 신작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은 콘솔, PC, 모바일 플랫폼으로 연내 출시될 예정이다. 일곱 개의 대죄 IP 시리즈 중 세 번째 타이틀이다. 매력적인 캐릭터와 함께, 서울 여의도의 약 10배에 달하는 방대한 오픈월드, 탐험과 퍼즐 요소가 포함된 서브 퀘스트, 필드 전투 등이 주요 특징이다. 넷마블 관계자는 “도쿄게임쇼(TGS) 참가와 비공개 베타 테스트(CBT)를 통해 게임성과 완성도를 높일 계획이다”라며 “캐릭터 폴리싱과 게임 밸런스 조정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NHN의 최애의 아이는 ‘최애의 아이’ IP 기반으로 제작하는 첫 공식 게임이다. 일본 퍼블리싱은 원작사인 카도카와가 맡고, 일본을 제외한 글로벌 퍼블리싱과 개발은 NHN이 담당한다. NHN은 내년 애니메이션 방영 시점에 맞춰 게임을 출시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방침이다. NHN 관계자는 “전 세계 팬들에게 새로운 ‘최애의 아이’ 엔터테인먼트 경험을 제공하겠다”며 “출시 지역과 대응 언어는 추후 안내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컴투스는 애니메이션 ‘도원암귀’를 원작으로 한 액션 RPG ‘도원암귀 크림슨 인페르노’를 내년 출시한다. 원작의 스토리와 캐릭터성을 살리면서, 3D 그래픽과 연출을 통해 박진감 있는 전투 경험을 구현한다는 목표다. 컴투스 관계자는 “몰입감을 높이기 위해 룩엣(Look-at) 시스템과 자연스러운 모션 표현에 집중했다”며 “타격 방향에 따른 피격 모션과 방어, 넉백 등으로 액션의 타격감을 살리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게임사들이 애니메이션 IP 확보에 나선 이유는 높은 인지도 때문이다. 특히 충성도 높은 팬층의 유입이 초기 흥행 가능성을 높이고, 마케팅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캐릭터, 설정, 세계관을 새로 구축할 필요 없이 기존 콘텐츠를 차용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앞서 넷마블은 웹툰 기반 게임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를 통해 글로벌 출시 한 달 만에 약 7000만달러(약 1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애니메이션·웹툰 기반 IP의 시장 흡인력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평가된다.

다만 단순히 인기 IP를 활용한다고 해서 성공이 보장되는 건 아니다. 게임성, 원작 고증, 완성도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와 함께 2차 팬덤 확산을 위한 마케팅 전략도 필요하다.

현지화 전략도 성공의 관건이다. 넷마블과 컴투스는 일본 시장을 겨냥해 유명 성우를 기용해 풀 보이스를 적용하고, 도쿄게임쇼에서 적극적인 홍보를 예고했다. 이는 현지 팬덤과의 접점을 강화하고, 글로벌 확산을 동시에 겨냥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애니메이션 IP는 흥행 가능성을 높이는 강력한 수단이지만, 성공을 보장하는 만능 열쇠는 아니다”라며 “원작 팬과 게이머 양쪽을 만족시키는 기획과 운영 역량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천선우 기자
swchu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