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진 NHN 대표의 숙원 과제인 ‘게임 명가’ 재건 작업이 난항을 빚고 있다. 3분기 실적은 선방한 듯 하지만 신작 부진 속에 게임 부문은 여전히 웹보드 게임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NHN의 2025년 1~3분기 게임사업 누적 매출은 3528억원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3466억원) 1.8% 증가에 머물렀다. 신작 부진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NHN은 포커·바둑 등 웹보드 게임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러나 올해 유일한 정식 출시작인 서브컬처 게임 ‘어비스디아’는 일본 시장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올해 8월 출시 이후 애플 앱스토어 매출 순위가 238위에서 꾸준히 하락해 현재는 30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내부 기대작으로 꼽혔던 슈팅 RPG ‘다키스트 데이즈’는 4월 오픈베타테스트(OBT)를 진행했지만, 정식 출시 일정이 불투명한 상태다. 스팀DB에 따르면 최고 동시 접속자 수는 초반 4000여 명에서 최근 500명 수준으로 감소했다. 지속적인 업데이트에도 불구하고 스팀 평가는 여전히 ‘복합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
스팀에서 복합적 수준이란 초반 관심은 받았지만 지속적인 플레이 동력이 약하거나, 완성도에 불만이 남아있을 때 주로 나온다. 구매해서 게임을 해 볼 가치는 있지만 적극적으로 추천하기엔 애매한 수준이라는 의미다.
NHN 관계자는 “이용자 성장 경험 개선과 BM(비즈니스 모델) 개편을 통한 업데이트에 집중하고 있다”며 “피드백을 반영해 완성도를 높인 뒤 정식 출시 일정을 확정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NHN은 내년 신작 라인업으로 반전을 시도한다. 정우진 대표는 올해 초 선택과 집중 전략을 선언하며 게임 매출을 30% 이상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최애의 아이’ IP 기반 퍼즐게임 ‘퍼즐스타’, 파이널 판타지 IP 기반 대전 액션 ‘디시디아 듀엘럼 파이널 판타지’, 일본 IP ‘도검난무’를 활용한 ‘토파즈(가칭)’, 웹3 캐주얼 게임 ‘Suuuiplash!’, IP 퍼즐 퍼즐게임 ‘프로젝트 M(가칭)’, 캐주얼 신작 ‘EMMA(가칭)’ 등 6종을 내년 출시 후보군으로 설정했다.
이 가운데 실제 출시 일정을 공개한 건 퍼즐스타와 디시디아 듀엘럼 파이널 판타지 두 작품뿐이다. 퍼즐스타는 애니메이션 3기 방영 시기에 맞춰 내년 1분기 출시가 목표다. 디시디아 듀엘럼 파이널 판타지는 현재 비공개 테스트 단계다. 유저 반응에 따라 출시 시점이 조정될 가능성도 있는 만큼 내년 전체 라인업이 계획대로 추진될지는 불확실하다.
일각에서는 NHN이 정부 AI 사업에서 역할을 확대하는 상황에서 조직 우선순위와 자원 배분 측면의 변화가 게임 개발 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NHN은 자회사인 NHN클라우드가 광주 국가 AI 데이터센터 구축·운영과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손상된 96개 공공 전산 시스템의 클라우드 인프라 재구축 사업을 맡고 있다.
겉으로는 게임과 클라우드가 분리된 사업처럼 보이지만, 전사 전략 테이블에서 인력·예산·의사결정은 한 흐름으로 움직인다. 대형 공공 AI 프로젝트가 확대될수록 신작 QA, 운영 조직 확충, 라이브 서비스 대응 같은 게임 본진의 체력이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AI 사업은 단순 외주수주가 아니라 NHN의 그룹 전략 과제”라며 “전사 자원 배분에서 게임 사업이 일정 부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NHN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NHN클라우드는 별도법인이고, 게임과 클라우드 양 사업은 독립적으로 경영되고 있어 클라우드 사업 때문에 게임 사업이 축소 혹은 후순위가 될 일은 없다"며 “내년에도 당사 핵심 사업인 게임사업 전략은 계속 유지한다”고 말했다.
천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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