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LG그룹에 속한 반도체 사업과 TV 사업이 각각 신규채용와 희망퇴직을 시행하며 희비가 엇갈린다. 막대한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기업을 상대로 반도체는 여전히 경쟁 우위를 지키는 반면 TV에선 점차 경쟁에서 밀려날 것이라는 우리 기업의 현실적인 판단이 드러난 사례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주요 부품사업, 바이오 산업, 인공지능(AI) 분야 등 미래 핵심 사업에서 향후 5년간 6만명(연 1만2000명)을 신규 채용한다.
SK도 올해 상반기 4000명에 이어 하반기에도 4000명을 신규 채용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2027년 상반기 중 가동을 목표로 건설 중인 용인 반도체클러스터에서만 반도체 설계, 소자, R&D, 양산기술 등 분야에 수천명 규모의 채용을 계획 중이다.
중국은 반도체 자립을 위해 수십조원을 쏟아부으며 자체 생태계 구축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질적 도약에는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AI 시대 핵심 반도체로 꼽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 격차는 뚜렷하다. 중국 CXMT가 자체 개발한 HBM은 SK하이닉스·삼성전자와는 3세대 이상 격차를 보인다. 화웨이 어센드 910C칩에 적용된 3세대 HBM(HBM2E)은 엔비디아 ‘루빈’에 탑재될 SK하이닉스의 6세대 HBM(HBM4) 대비 대역폭이 절반 수준에 그친다.
TV 사업에선 한파가 휘몰아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희망퇴직 시행을 통한 조직 슬림화에 돌입했다. 중국 기업의 저가 공세로 올해 TV 사업 실적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자구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는 최근 부장급 이상이었던 희망퇴직 제안을 확대하고 사업부 전환 배치에서 신규 인력을 받지 않기로 했다. LG전자도 TV 사업을 맡고 있는 MS사업본부가 2년 만에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세계 TV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출하량 기준 점유율은 19.2%다. 중국 TCL(13.7%)과 하이센스(11.9%)가 뒤를 바짝 쫓는다. LG전자는 10.7%의 점유율로 4위다.
같은 기간 프리미엄 TV 시장에서도 TCL과 하이센스의 합산 점유율은 39%로 전년 동기 대비 12%포인트 상승했다.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39%에서 28%로 11%포인트 하락했다. 삼성전자 VD사업부의 올해 2분기 매출은 7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 줄었다. 영업이익은 1000억원에 그친 것으로 증권가는 추정한다. LG전자 MS사업부도 2분기 1917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는 AI 산업의 성장으로 시장 규모가 폭증하고 있고 한국이 중국 대비 경쟁 우위를 점한 반면, TV 시장은 연간 2억대 수준에서 정체를 보이고 중국이 이끄는 중저가 구조로 고착화 하고 있다"며 "TV·가전 등 완제품보다 반도체 등 부품으로 인재 쏠림 현상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