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TV 사업에서 포트폴리오 확장에 적극이다. 기존에 고집했던 주력 제품 중심의 판매 전략에서 벗어나 자존심을 내려놓고 경쟁사 영역까지 과감히 진출을 이어오고 있다. 중국의 저가 공세에 맞선 생존 전략의 일환이기도 하다.

삼성 OLED 문구가 적힌 트럭이 도로를 주행하고 있다. / 이광영 기자
삼성 OLED 문구가 적힌 트럭이 도로를 주행하고 있다. / 이광영 기자

삼성전자는 그간 네오 QLED를 중심으로 한 LCD 기반 4K·8K TV를 주력 프리미엄 제품으로 내세워왔다. 하지만 TCL, 하이센스 등 중국 기업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저가부터 중가 시장을 장악하면서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제품군을 다양화 해야하는 과제를 안았다.

삼성전자는 돌파구를 중국 기업이 본격 진입하지 않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에서 찾았다. 저렴한 LCD 기반 TV 매출 감소를 프리미엄급인 OLED TV 판매로 메울 수 있어서다.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는 물론, 경쟁사의 계열사인 LG디스플레이에도 OLED 패널을 공급받으며 2023년 OLED TV 시장에 진출했다.

삼성전자는 OLED TV를 주력 프리미엄 제품 중 하나로 위상을 키워가고 있다. 삼성 OLED TV는 2024년에 100만대 이상을 판매했다. 42인치부터 83인치까지 다양한 크기의 모델 출시로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힌 올해는 판매량이 두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4월 열린 TV 신제품 출시 행사에선 경쟁사(LG전자)를 제치고 국내 OLED TV 시장 1위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77인치 OLED TV에선 올 1분기 국내 시장 점유율이 60%쯤으로 LG전자를 이미 넘어섰다고 강조했다.

무선 AV 전송 솔루션을 탑재한 'LG QNED 에보 / LG전자
무선 AV 전송 솔루션을 탑재한 'LG QNED 에보 / LG전자

반면 부동의 OLED TV 1위 LG전자는 2013년 출시한 올레드 TV 일변도 전략에서 벗어나 LCD 기반 TV 라인업을 확대 중이다. 10년 이상 집중해온 OLED TV가 기대 만큼 성장하지 못하면서 비교적 소홀히 했던 LCD TV 시장에서 입지 강화에 나선 것이다.

LG전자는 올해 미니 LED 기반 QNED TV 100인치 제품과 무선 QNED 에보를 새롭게 출시하는 등 프리미엄 LCD TV 제품군에서도 40인치대부터 100인치까지 폭넓은 제품을 선보였다. QNED는 LG전자가 2021년 하반기 출시한 제품으로 삼성 ‘네오 QLED’를 저격하기 위한 네이밍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9월 출시한 '이지 TV'에도 LG QNED 에보를 기반 모델로 썼다. 이지 TV는 고령층에 특화한 시니어 전용 TV다. OLED TV보다 가격이 합리적이면서 시니어 고객의 시청각 특성에 맞춰 밝기, 채도, 선명도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LCD 기반 하이엔드 TV인 마이크로 RGB TV도 출시 예정이다. LG전자는 6일 마이크로 RGB 기술을 적용한 프리미엄 LCD TV가 ‘CES 혁신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마이크로 RGB TV는 마이크로 크기의 RGB(빨강, 초록, 파랑) LED를 초미세 단위로 배열한 RGB 컬러 백라이트를 적용해 더 높은 색 재현율을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삼성전자가 8월 세계 최초로 출시한 제품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자발광 화질의 올레드 TV와 프리미엄 LCD TV인 QNED TV의 듀얼 트랙 전략으로 세계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리더십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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