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업종을 겨냥한 곱버스(곱하기 인버스) 상장지수증권(ETN) 상품이 상장을 앞두면서 정체된 ETN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지 주목된다. 해당 ETN은 주가가 10% 하락하면 20%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상품으로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엔 없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거래소로부터 방산 ETN 3종목에 대해 상장 심사를 받고 있다. 국내 방산주 상위 5개의 주가 상승 폭을 1배 연동하는 ‘키움 K방산 TOP5’과 2배 추종하는 ‘키움 레버리지 K방산 TOP5’, 그리고 주가 하락시 2배만큼 이익을 거두는 ‘키움 인버스 2X K방산 TOP5’으로 구성된다. 통상 표준코드가 부여된 후 1개월 내 상장하는 점을 고려하면 10월 또는 11월 초 상장할 전망이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방산 테마에 1배·레버리지·곱버스 3종으로 상장을 추진 중”이라며 “다양한 투자자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 상장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나증권도 거래소에서 곱버스 상품인 ‘하나 인버스 2X K방산TOP10’를 포함해 ‘하나 K방산TOP10’, ‘하나 레버리지 K방산TOP10’ ETN 3개의 상장을 심사받고 있다. 국내 방산주 상위 10개 종목의 주가 등락을 1~2배 추종하는 상품들이다. 하나증권 관계자는 “상장 심사를 진행하고 있고 이달 말, 늦어지면 10월 초 상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K방산 ETN 시리즈 중 가장 주목받는 것은 곱버스다. ETF·ETN 통틀어 특정 업종을 대상으로 하는 곱버스 상품은 처음이다. 상장 시 최초의 테마형 곱버스 상장지수상품(ETP)인 셈이다. ETF 곱버스 상품은 8개로 적고 코스피200·미국달러선물 등 주가지수·통화에 국한돼 있다. ETN 곱버스의 경우 70개로 많으나 모두 원자재·통화·주가지수로 구성된 상태다.
대세로 떠오르면서도 고평가 논란에 휩싸인 방산을 테마로 삼은 점도 기대 요인이다. ETF 시장에서 방산 ETF는 11개 상장돼 있는데 모두 일반 또는 레버리지 상품이다. 곱버스는커녕 하락베팅을 노린 인버스조차 없다. ‘N2 방위산업 Top5’ ETN 시리즈도 일반·레버리지 2개가 전부다.
‘K방산 곱버스 ETN’으로 ETN 시장이 활력을 되찾을지 주목된다. ETN 시장은 ETF에 밀리며 오랜 시간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거래소에 따르면 18일 기준 ETN 지표가치총액은 17조2846억원으로 작년 말 14조2358억원 대비 21.4%(3조488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ETF 순자산총액이 172조8401억원에서 243조1116억원으로 40.7%(70조2715억원) 증가한 것과 비교된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ETN 시장이 그동안 부진했던 건 동일한 유형의 상품이 많고 ETF 대비 기초자산 매력이 떨어져서인데 상품 구조가 어렵지 않고 ETF와 차별화할 수 있다면 투자자 유입에 도움이 돼 ETN 시장이 이전보다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ETN의 퇴직연금 편입 허용 등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현재 금융당국이 지정·공시한 퇴직연금 투자 가능 ETN 종목은 ‘미래에셋 KRX 금현물 ETN’ 1종목이 유일하다.
김 연구위원은 “ETF나 ETN의 장기 수요는 퇴직연금에서 주로 창출된다. 상품 거래가 아무리 많아봤자 규모가 작으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없다”며 “ETF와 동일한 유형의 ETN 중 적합성을 갖춘 상품이라면 퇴직연금 편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윤승준 기자
sjyo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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