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들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단기자금 및 미국 주식 ETF를 집중 매입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7월 한 달간 국내 주식 기반 ETF를 사들인 것과 상반된 행보다. 증시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정책 기대마저 사라지자 이 같은 행보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코스피 전망이 어두운 만큼 개인의 해외 ETF 순매수 행보는 지속할 전망이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은 이달 들어 국내 ETF를 9680억원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에서 1147억원 순매도한 것과 상반된다. 7월까지 합친 하반기 기준으로 보면 개인은 ETF를 3조2915억원 순매수, 개별주식을 7조8450억원 순매도했다.
개인의 ETF ‘사자’ 행보는 8월에도 이어졌으나 투자 종목은 변했다. 지난달 ‘KODEX 200’, ‘TIGER 200’, ‘PLUS 고배당주’ 등 한국 주식에 투자하는 ETF를 대거 순매수한 것과 달리 이달 들어선 단기채권 등에 투자하거나 미국 주식을 추종하는 ETF를 중심으로 투자했다.
개인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ETF는 ‘KODEX 머니마켓액티브’였다. 개인은 1일부터 26일까지 1243억원을 순매수했다. 만기 3개월 이내 단기채권, 양도성예금증서(CD), 기업어음(CP) 등에 투자해 시장금리 대비 초과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이다.
순매수 7위도 같은 구조의 2023년 국내 최초 머니마켓 ETF인 ‘RISE 머니마켓액티브(순매수액 461억원)’가 차지했다. 금리형 ETF에도 자금이 몰렸다. CD 금리에 연동돼 매일 하루치 금리를 이자 수익으로 누적해서 쌓는 ‘KODEX CD금리액티브’에 개인 자금 462억원이 몰리며 이 기간 순매수 5위에 올랐다.
노아름 KB자산운용 ETF사업본부장은 “한국 주식이 기대만큼 많이 안 올랐고 증시 관련 정책이 ‘코스피 5000’과 달라 불안한 마음에 빼놓은 자금이 머니마켓형 ETF로 넘어간 것으로 판단한다”며 “증시가 어떻게 될지 예측하지 못해 들어온 유휴 자금”이라고 말했다.
미국 주식 기반 ETF에도 개인은 적극 투자했다. 이달 들어 ‘TIGER 미국S&P500’에 대한 개인의 순매수 규모는 861억원으로 세 번째로 컸다.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MS) 등 S&P500 지수 내 종목들을 직접 편입하는 ETF다. 미국 대표 기술주 100개 기업으로 구성된 ‘KODEX 미국나스닥100’에 대해서도 642억원 순매수했다. 비슷한 구조의 ‘KODEX 미국S&P500’(471억원), ‘TIGER 미국나스닥100’(409억원)도 개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에 들어갔다.
그밖에 거래소의 리츠·인프라 자산에 분산 투자해 배당금을 올리는 ‘KODEX 한국부동산리츠인프라’(407억원)와 ‘KRX 금현물 지수’를 추종하는 ETF인 ‘ACE KRX금현물’(380억원) 등 안정적 ETF에도 개인 자금이 향했다. 코스피200에 투자하며 분배금을 지급하는 ‘KODEX 200타겟위클리커버드콜’도 순매수액이 1193억원으로 2위였다. 8월 개인의 ETF 순매수 상위 종목 중 국내 주식 상방만을 추종하는 ETF 상품은 ‘TIGER 조선TOP10’(459억원)이 유일했다.
개인이 팔아치운 ETF 상품은 대부분 국내 주식 기반이었다. 개인은 이달 들어 코스닥150 수익률을 2배 추종하는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를 1298억원 팔아치웠다.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KODEX 레버리지’(-1043억원) 그다음이었다. ‘TIGER 200’(–411억원)과 증권주·방산주를 담은 ‘KODEX 증권’(–193억원), ‘PLUS K방산’(–188억원) 등도 순매도 대상이었다.
개인의 이 같은 매수 동향은 코스피 상승 동력이었던 정책 기대감이 푹 꺼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말 정부가 세제 개편안 발표를 통해 주식 양도소득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을 35%로 정한 게 화근이었다.
증권사의 코스피 비관적 전망도 순매수 강도를 낮추기 충분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7월 30일 기록한 코스피 3254가 올해 고점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운용업계도 개인들이 해외 기반 ETF 순매수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이경준 키움투자자산운용 ETF운용본부장은 “연초 이후 많이 올랐던 종목은 진정 국면에 들어서고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미국 주식 ETF에 대한 순매수는 이어질 것”이라며 “국내 주식 ETF 중에선 세제 이슈에 따라 비과세 커버드콜, 배당주 상품에 관심을 보이지 않을까”라고 예상했다.
김승현 하나자산운용 ETF/퀀트솔루션본부장은 “최근 수익률이 좋은 중국 주식 기반 ETF에 자금이 몰릴 것 같고 국내 주식 기반 ETF에는 새로운 자금이 들어오지 않은 채 개인투자자들이 섹터·종목별로 갈아타면서 순매수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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